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보장” 집단행동
거리농성 이어 기자회견…국민의식 조사 결과 인용 “성매매 음성화 심각” 주장
영등포 집창촌 단속 두달째…지역구 전여옥 의원 불지펴
골목길 입구 순찰차 배치, 손님 끊겨 문닫는 곳 늘어
한겨레 임지선 기자기자블로그
»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은 서울 영등포의 집창촌 골목에 ‘폐쇄 안내문’이 붙은 가게 앞으로 11일 오후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찰이 ‘영등포 집창촌’을 한달 넘게 집중단속하자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거리로 나서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성매매 업소인 이른바 ‘유리방’이 늘어선 서울 영등포 432번지 골목길에는 매일 밤 경찰차가 양쪽 입구를 지키고 서서 순찰을 하고 있다. 남성들이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 되자, 성매매 여성들은 ‘시위용’으로 화장을 한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 9일 밤에는 경찰과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 충돌도 발생했다. 이곳에서 6년째 일을 하고 있는 장아무개씨는 “업소 앞에 순찰차를 주차하지 말라며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마침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이 현장을 방문했기에 성매매 여성들이 몰려들어 항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과 이 지역 국회의원인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집창촌 단속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주민 영등포경찰서장은 11일 “주민 민원도 많고 우범지대이기도 한 집창촌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뿌리 뽑겠다”며 “당분간 현재와 같은 방식의 단속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의원도 지난달 방송을 통해 “영등포 주민들이 그동안 집창촌 문제로 고개를 못 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며 “벌건 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것 자체가 우리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집창촌은 이번 단속 이전에 이미 반 토막이 났다. 2009년 9월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가 영등포에 들어서면서 그 뒷골목에 있는 집창촌은 큰 타격을 입었다. 성매매 업소의 수는 80여곳에서 30여곳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손님이 끊기자 4~5곳이 추가로 문을 닫기로 결정한 상태다.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의 이런 단속이 성매매의 음성화만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1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성매매 여성들의 모임 ‘한터전국연합’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도입된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성매매 시장이 변함없다는 의견이 49.9%, 오히려 늘었다는 의견이 23.2%였다”며 “특히 성매매 음성화와 관련해서는 전체의 76.6%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영등포 지역에서 7년째 일해온 이아무개씨는 “최근 단속이 이어져 수입이 끊기자 집창촌 동료들이 키스방, 인터넷 성매매와 같은 음성적인 성매매로 자리를 옮기거나 일본, 하와이 등으로 해외원정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속으로 인한 충돌은 영등포 외에도 서울 청량리, 경기 평택, 인천 숭의동 등 전국의 집창촌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인천시 남구 숭의동 집창촌 골목에서 경찰의 단속에 항의해 성매매 여성 5명이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분신을 기도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2천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