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 멈추게 할 책임,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포항 성산업 해체 위한 대책위> 발족 / "착취고리 밝혀 더 이상의 희생 막아야"

 

 

"나는 알고 있습니다.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힘든 선택으로 그 길에 들어선 순간 차마 되돌릴 수 없는 그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저도 한때 언니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고 비슷한 상황 속에 죽음을 택한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사채고리와 업주들의 횡포 속에 더 이상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 이유도 희망도 없는 삶. 그 악순환을 끊는 것이 죽음뿐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고 애통합니다." -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추모글 중


   
▲ "또 한명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 유흥업소...인권착취 실태 철저히 진상규명하라"(2011.3.30 포항 유흥업소 앞 추모제 중에서) / 사진. 신박진영

2011년 3월 24일 포항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또다시 자살하였다. 이러한 죽음은 작년 2010년 7월 7일부터 10일까지 연달아 세 명의 여성이 목숨을 끊었던 그 순간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당시 <시사저널>은 1083호의 기사를 통해 이들의 죽음이 “업주와 종업원 사이의 터무니 없는 계약 때문”이고 “업소와 종업원의 계약은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이들이 고리사채를 쓰고 이를 갚지 못해 협박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은 포항 남구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포항시 최대 유흥가 룸살롱 업소의 사채 없이 살아남기 힘든 영업구조에 있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과 검찰은 단순히 ‘사채’ 문제로 사건을 무마하고 말았고 유흥주점 관련 업주의 영업형태 등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후 2010년 10월에도, 2011년 1월에도 포항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죽음들은 단순히 신변비관에 의해 자살한 것으로 처리되어 그녀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접할 수 없었다. 동일한 지역의 동일한 유형의 업종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그저 단순 자살사건으로 처리되어 그렇게 또 그 죽음들은 잊혀져 갔다.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멈추게 할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하다


3월 27일자 경북매일신문에 의하면 이번 자살살건의 경우 여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고 경찰은 전담반을 꾸려 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하였지만 바로 다음날 신문기사에는 이번 수사도 도마뱀 꼬리자르기와 같은 수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번에도 여성들의 연이은 죽음의 원인이된 유흥주점 업소들의 착취적인 영업형태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 죽음의 온전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구 경북권 뿐 아니라 전국의 62개 여성인권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여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2011.3.30 포항시청 브리핑룸)...정미례 대표가 대책위원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신박진영

2011년 3월 30일 오전 11시 대책위원회의 발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어서 오후6시 포항시외버스터미널과 여성이 일하던 유흥업소 앞에서 추모제를 가졌다. 이 여성들의 죽음의 원인이 된 착취구조를 밝혀내고 이 구조자체를 없애야만 하기에 대책위원회의 명칭은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라고 명명하였고 포항여성회 윤경희 대표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미례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기자회견장에는 대책위원회 소속 단체의 대표와 활동가 20여명이 함께하여 발족선언문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당사자네트워크 ‘뭉치’>의 추모문이 낭독 되었고 ‘나는 살고싶다’는 제목의 퍼포먼스가 공연되었다.

   
▲ "나는 살고싶다" 퍼포먼스 / 사진.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당사자네트워크 ‘뭉치’>는 전국11개 지역에서 탈성매매 이후 힘든 과정을 함께 나누고 지지하는 여성들이 모여 만든 자조모임으로 당사자운동을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죽은 여성과 같은 유흥주점 티켓다방 집결지 등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의 가슴절절하고 애통한 마음들이 실린 추모문은 <여성인권티움> 손정아 대표가 대독하였다. 추모문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손정아 대표는 붉게 변한 눈시울과 떨리는 목소리로 슬픔을 가리지 못했다.

   
▲ 참교육학부모회 전금순 포항지회장이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선언문을 읽고 있다 / 사진. 신박진영

대책위원회는 발족선언문에서 여성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이제 우리에게 있다고 선언하며 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경찰과 검찰에게 이번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힘과 동시에 관련자를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아가 포항지역 유흥업소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 영업방식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을 통해 성산업 착취고리를 밝혀내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다.

3월 30일 오후 6시에 열린 추모제는 1부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2부는 유흥업소 앞에서 진행되었다. 약 70여명이 참여한 추모제는 헌화와 추모시․추모문 낭독, 추모사 발언 등으로 이어졌다. 포항 민주노총 송무근 조직부장은 스스로를 성찰하며 이 죽음의 공범은 업주와 경찰 등 공권력이라고 발언하여 추모제를 함께한 대책위원회 소속 대표와 활동가들로부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추모제가 열린 현장 주변에는 유흥업소 관련자로 보이는 이들과 경찰, 포항시 공무원 등이 몰려 서로 다른 이유로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 추모제 / 사진. 신박진영
   
▲ 포항 유흥업소 앞에서 거행된 추모제... / 사진. 신박진영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3월 31일 회의를 열어 ‘공동행동의 날’을 정해 포항시민들에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고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긴밀히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또 포항 유흥업소 일대 캠페인과 현장방문상담을 실시해 업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에게 정보제공 등을 할 예정이다. 대책위원회는 어떻게 해도 이미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여성들의 억울함을 다 풀 수는 없으나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지금도 죽은 여성들과 같은 고통 속에 놓여있을 또 다른 여성들을 위해 또 이 사회의 정의와 인권이 사살당하는 끔찍한 현실을 방관하여 또다시 죽음을 부른 것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함께 그 책임을 지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선불금 미끼로 성매매 강요하는 유흥업소 철저히 조사하고 피해여성 지원하라"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앞 추모제) / 사진. 신박진영

"우리는 대책위를 발족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여성들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여성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지운 책임을 끝까지 지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자신․우리사회를 살길로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선언문 중 -


   

 

 

 

[기고] 신박진영 / 사)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포항지역 유흥업소여성 자살사건 일지

(1) 2010년 7월 7일 (수) 05:30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 소재 <A유흥주점>에서 일하던  32세 이모씨가, 상도동 소재 원룸에서 천으로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

(2) 2010년 7월 8일 (목) 20:00
남구 대도동 소재 <B유흥주점>에서 일하던 36세 김모씨, 대도동 원룸에서 휴대폰 충전기 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3) 2010년 7월 10일 (토) 12:30
남구 상도동 소재 <A유흥주점>에서 숨진 이모씨와 함께 일하던, 23세 문모씨가 대잠동 원룸에서 숨진 채로 발견

(4) 2010년 7월 11일 (일) 01:30
경주: 7일 숨진 32세 이모씨 밑에서 일했던 31세 정모씨가, 경주시 황오동 다세대주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5) 2010년 10월 20일 (수) 21:30
포항시 남구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일하는 A(여.34)씨가 숨져 있는 것을 당시 업주가 발견

(6) 2011년 1월 12일(수) 20:00
포항시 남구 대잠동 한 원룸에서 이모(23·여)씨가 숨진채 발견. 이씨가 유흥업소에 일하면서 1천만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 그러나 ‘처지를 비관한 자살`이라고 결론 내림.

(7) 2011년 3월 24일 21:30
포항시 남구의 한 원룸에서 유흥업소 종사자 A씨(27·여)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 A씨는 남구 상대동의 S룸살롱에서 속칭 `새끼 마담`으로 일하던 중 업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S룸살롱 업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것에 충격을 받아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짐. 속칭 `마이킹(유흥업소에 일하기 전 소개소로부터 지는 빚)`으로 1천400여만원의 빚을 갖고 있었으며 빚 독촉과 함께 `2차` 등 성매매 강요까지 받아온 것으로 전해짐. 경찰 관계자는 “직접적인 사채는 없었으나 업소를 옮기면서 마이킹을 갚으라는 독촉과 함께 심한 욕설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살 바로 직전의 휴대폰 통화내역에도 업주의 연락처가 마지막으로 남겨 있었다”고 함 (3월 27일 경북매일신문 기사 인용)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선언문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멈추게 할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유흥업소에서 2010년 7월부터 얼마전 2011년 3월 24일까지 7명의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7번째로 이렇게 허무히 삶을 마감한 그녀 앞에서 더는 눈물조차도 사치스럽게 여겨집니다.

이들의 죽음을 그저 애도하고 지나쳐서는 안되는 이유는 이것이 구조적 인권유린으로 인한 예고된 결과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너무나 뻔한 그 이유를 알면서도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수수방관해왔다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이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제재도 처벌도 받지 않고 오히려 비호받는 느낌을 주며 상황을 더 악화시켰습니다. 이미 알려져 있듯이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업주와 종업원 사이의 터무니 없는 계약이  많은 여성들을 절망적 상황에서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죽음을 통해 그동안 쉬쉬하던 구조적 착취의 모습이 드러난 것일 뿐이며 이를 계기로 그동안 외면했던 이러한 실태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이 이루어져함에도 작금의 현실은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북 포항 유흥가 실세인 ‘한마음회’가 있으며 이들에 대해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고 토로할 만큼 이들이 포항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자신의 억울함을 죽음으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동일한 지역의 동일한 유형의 업종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그저 단순 자살사건으로 처리되어 그렇게 또 그 죽음들은 잊혀져 갔고 그렇게 예견된 사건은 또다시 일어났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들은 성산업착취구조 해체를 위해 함께 행동하고자 합니다. 억울한 죽음에 침묵하는 비겁한 행동은 우리자신에게 비수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어떻게 해도 이미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여성들의 억울함을 다 풀 수는 없으나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지금도 죽은 여성들과 같은 고통 속에 놓여있을 또 다른 여성들을 위해 또 이 사회의 정의와 인권이 사살당하는 끔찍한 현실을 방관하여 또다시 죽음을 부른 것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함께 그 책임을 지기위해 우리는 오늘 <포항 유흥업소 성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발족 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이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수사책임자인 경찰과 검찰에게 있고 또한 이들 여성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착취가 만연한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과 점검의 의무가 있는 포항시와 관련 담당자들에게 있습니다. 이에 이번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힘과 동시에 관련자를 엄중히 죄를 물어 처벌할 것을 촉구합니다.

나아가 포항지역 유흥업소에 대한 철저한 세무조사, 영업방식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을 통해 성산업착취고리를 밝혀내고 고리를 끊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포항시는 업소에 대한 점검과 경찰과의 단속을 강화하여 불법행위및 인권유린행위에 대응하여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및 업소 폐쇄에 이르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마련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우리는 대책위를 발족함과 동시에 더 이상의 여성들의 희생을 막아내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여성들의 죽음이 우리에게 지운 책임을 끝까지 지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자신 우리사회를 살길로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1. 3. 30.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포항여성회, 대구여성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장애인연대, 대구여성인권센터, 함께하는주부모임, 주부아카데미협의회,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노동과복지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민주노동당 포항시위원회, 민주노총 포항지부, 진보신당 포항당원협의회, 참교육학부모 포항지회, 포항 KYC, 포항환경운동연합,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인권희망 강강술래, 광주여성의전화 부설 쉼터 한올지기.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어깨동무 상담소, 여성인권티움 부설 느티나무 상담소, 자활지원센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대구여성인권센터, 새움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제주여성인권연대 부설 해냄 상담소, 쉼터 불턱,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언니네 상담소, 쉼터 푸른꿈터,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성매매근절을위한한소리회, 성매매피해상담소 늘봄, 파주여성인권센터, 부전현장상담센터, 포항시여성폭력관련시설협의회(가정폭력보호시설 소망의집, 가족사랑샘터, 경북여성통합상담소, 로뎀나무가정문제상담소, 생명의 전화 가정폭력상담소, 성매매상담소 새날, 성매매피해자보호시설 누리봄, 포항미래가정폭력상담소, 포항미래성폭력상담소, 포항YWCA가정폭력상담소, 한국가법가정폭력상담소, 한국가법성폭력상담소, 한국가정상담센터, 한마음통합상담소)


   
▲ <경북매일신문> 2011년 3월 28일자 4면(사회)
   
▲ <경북매일신문> 2011년 3월 29일자 4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