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떠나 발버둥, 가난에 짓눌려 다시… 2010-08-02 오후 1:44:07 / Read : 172

[한겨레] 청량리 성매매 여성 피살, 그에게 무슨 일이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때 ‘588’ 떠났었지만

식물인간 어머니·암투병 아버지 병원비 못벌어

포주없이 월세내고 영업…단속·치안 ‘사각지대’

 



1일 오후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이른바 ‘청량리 588’은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한 분위기만 흘렀다. 사고 현장인 588번지 86호엔 경찰이 쳐놓은 노란색 경고 띠만 남아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이곳에서는 성매매여성 박아무개(31)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었다.(<한겨레> 7월31일치 8면)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ㄱ씨는 “불쌍한 애였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숨진 박씨와는 고향도 같고 동갑이어서 친하게 지냈다고 했다. “그 친구도 집안 형편이 무척 안 좋았어요. 어머니는 쓰러져 몇 년 전부터 병원에 있고, 아버지도 암투병중이고 둘이나 있는 동생도 거의 혼자 돌보다시피 했다던데….”


박씨는 ‘청량리 588’이 급격하게 몰락했던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 이곳에서 일했다고 한다. 특별법 시행으로 이곳의 ‘영업’이 된서리를 맞은 뒤, 그 참에 박씨도 떠났다. “얘도 그때 나가서 회사에 들어갔었나 봐요. 근데 회사 월급이 얼마 안 되잖아요. 나갈 돈은 정해져 있는데 생활이 안 된 모양이고, 어쨌든 5년 전쯤에 다시 들어왔어요. 신용등급이 낮으니 대출도 안되고, 돈이 필요하니까 다시 온 거죠. 아버지는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야 (이 일을 하는 걸) 알았다고 하던데….”



박씨가 다시 돌아왔을 때 ‘청량리 588’은 이미 영업 형태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과거엔 이른바 ‘포주’가 성매매 여성을 고용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성매매 여성들이 방 하나를 2~3교대로 빌려 월세를 주고 영업을 한다. 예전엔 주로 밤에만 영업을 했다면, 지금은 24시간 영업을 한다. 실제 업주들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에 돈 번 사람들은 떠나고 지금 업주들은 비싼 권리금을 내고 들어와 이를 회수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돈이 필요해 다시 ‘청량리 588’을 찾아온 박씨도 이렇게 달라진 영업 방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한낮에 영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이곳의 한 업주는 “박씨가 처음엔 월세 250만원을 내는 영업을 하다 장사를 잘 못해 다른 집으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비싼 월세를 내고 손님이 많은 밤 영업을 하다,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박씨가 다시 사정해서 월세 100만원에 낮 영업을 하기로 하고 다시 들어왔다”고 전했다. 박씨를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유력한 용의자는 택시기사로, 최근 낮에 박씨를 자주 찾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에 대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던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사실상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40여곳의 업소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전체 성매매 여성이 45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지만, 이곳에서 만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근하는 아가씨들이 100여명 남짓”이라고 말했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대표는 “성매매 집결지의 영업 방식만 바뀌었을 뿐 업주가 변칙영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바뀌지 않았는데, 경찰은 최근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날 “박씨가 목이 졸려 사망한 뒤 칼에 찔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검의의 소견을 전하면서 “유력한 50대 용의자를 쫓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