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사랑’에 굶주린 위기 청소년
재혼·한부모 가정서 비행·탈선비율 높아

부모 위한 교육프로그램 활성화 절실

 

#사례1. 중학생 수진(가명·15). 수진이 어렸을 때 엄마와 아빠는 이혼을 했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 수진을 돌보던 엄마는 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범행을 저질러 구치소에 수감됐다. 다른 가족과 친척들이 뿔뿔이 흩어져 수진을 돌봐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외톨이가 된 수진은 한 남성을 만나게 됐고 임신을 하게 됐다. 두려운 마음에 청소년상담센터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 산부인과 검진 결과 임신 8주였다. 수진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낙태수술을 받았다. 수진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고 어른들에 대한 불만도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사례2. 중학생 종철(가명·15). 종철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반복적인 부부싸움을 보고 자랐다. 엄마·아빠가 이혼한 이후 아빠와 살아 왔지만 술 취한 아빠의 심한 욕설과 폭력 등 예전 기억은 사라지질 않았다. 종철은 점점 우울해지기 시작했고 삶의 목표의식도 잃어갔다. 결국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그 이후 항상 얼굴이 굳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도 잘 하지 않는다. 내성적이지만 몸과 마음이 경직돼 있고 마음속엔 숨겨진 분노가 자리 잡았다.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가정불화에 따른 비행·탈선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는 잘못된 부모의 역할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주고 있다.

22일 경상남도청소년지원본부에 따르면 도내 1만여 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출을 시도한 청소년들은 양친 친부모가 있는 8420명 중에는 4.8%에 불과하지만 한부모는 669명 중 6%, 재혼 부모는 208명 중 9.6%, 부모가 돌보지 않는 등 기타(이하 기타)는 86명 중 11.6%를 차지해 양친이 모두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았다.

 

자살 시도도 재혼 부모의 청소년이 10.6%, 기타 7.1%, 한부모 6.7%로 양친 친부모 4.8%보다 높았고, 성매매 유혹을 느낀 경우도 재혼 부모의 청소년이 6.3%, 기타 6.0%, 한부모 4.6%로 조사돼 양친 친부모 3.7%보다 많았다.

 

 

타인의 물건을 훔친 경험은 기타 12%, 재혼 부모 10.6%, 한부모 8.7%, 양친 친부모 8.4%로 부모가 없을수록 도벽이 심했다. 음주·흡연을 한 적도 재혼 부모 29.8%, 기타 23.3%, 한부모 25.8%, 양친 친부모 18.5% 순으로 나왔다.

특히 비행경험 청소년의 45.4%가 ‘부모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고, 비행경험이 없는 청소년은 16.1%만 ‘없다’고 답해 비행청소년을 막기 위해서는 자녀-부모 간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청소년지원본부 상담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집을 나오는 것은 부모가 양육에서 물러서 있는 등 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선진국 가톨릭에서 결혼하기 전 ‘부모 라이언스’ 교육을 받는 것처럼 이와 유사한 부모교육 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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