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과 김해 외국인 거리- 김재익(부국장대우 사회부장)

20091118.01010122000002.01s.jpg서울 용산에 있는 이태원 거리.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 있는 거리이지만 그곳에 가면 한국인이 오히려 이방인이 된 것처럼 낯설게 느껴질 만큼 외국인들로 넘쳐난다. 우리나라 사람과 닮은 사람들은 주로 일본인들이며 서양인, 아프리카인, 동남·서남 아시아인 등 여러 사람들이 여유롭게 거리를 오가면서 이곳만의 분위기를 즐긴다.

중심 도로를 따라 좌우로 구석구석 펼쳐진 골목길에는 정통 프랑스·이탈리아 식당에서 중국 식당, 몽골, 아랍, 인도, 아프리카 식당까지 다양한 식당과 카페가 자리잡고 있다. 이태원을 걷다 보면 문득 외국의 한 도시를 걸어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태원 거리는 한국전쟁 이후 미8군이 인근에 위치하면서 주한 미군들의 주요 위락지대에서 점차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가 됐으며, 지금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쇼핑을 위해, 또는 식사를 위해 찾아가는 문화지대로 변모했다. 이태원은 누가 만들고자 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외국인 거리로 발전해 왔다.

김해에도 이태원과 같은 외국인 거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해의 구 도심인 동상동과 서상동 일대에는 3년 전쯤부터 외국인들이 찾기 시작해 이제는 그들을 위한 전용가게만도 수십 개가 생겨 외국인 쇼핑·유흥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김해 외국인 거리는 주말이면 더욱 활기를 띤다. 이 거리를 찾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아시아권의 여러 나라들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주중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지만 주말이면 외국인 거리로 속속 몰려온다. 주말 오후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하면 버스정류장에는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외국인들이 줄줄이 내려 어림잡아 2000명 정도가 거리를 누빈다.

경남에 등록된 외국인 5만1600여 명의 23.4%가 김해에 있다 보니 외국인 거리가 생기고 점점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여기에 더해 이곳에 오면 자국의 동포들을 만날 수 있어서인지 창원과 부산 등 인근 도시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찾아와 향수를 달래곤 한다. 이 거리를 찾는 외국인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거리는 점점 커지는 추세이다. 내국인이 동상동 거리를 찾았을 때 이태원처럼 자신이 이방인으로 느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외국인 거리가 되면서 동상·서상동 일대는 침체되어 있던 상권이 다소 활기를 찾고 있다. 재래시장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식을 구입하고, 식당, 마트 등 외국인들을 위한 전용업소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인들은 이런 분위기에 맞춰 다국적상가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외국인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려고 하고 있다.

외국인 거리가 되면서 상권 활성화 등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많으면 사건사고도 따르기 마련이어서 이곳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몰리다 보니 폭력, 성매매 등 어두운 측면도 많이 부각되고 있다.

김해 동상·서상동 외국인 거리는 이태원처럼 자연스럽게 형성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외국인 거리는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지만 폭력이 난무하는 우범지대가 되어서는 안 되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엿보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지대가 되어야 한다. 이 거리를 담당하는 경찰서는 다른 경찰서와 같은 일률적인 경찰 인력을 운영할 게 아니라 관할하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외국인을 상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이 지역의 범죄 예방을 위해 외국인들을 방범활동에 참여시키거나 통역봉사자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김해시는 특히 외국인 거리가 다른 도시에는 없는 김해만의 거리로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폭력 등이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골치아픈 지역’ 정도로 생각해선 안 된다. 외국인 거리만의 독특한 문화는 외국인들이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김해시는 이러한 문화가 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종합적 대책을 통해 여건 마련을 해야 한다.

다민족이 어울려 다문화를 이루는 지금 사회에서 김해 외국인 거리가 이태원과 같은 관광 명소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재익 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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