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재개발 지구는 불켜지고 발 끊기고 건물주 포주들은 "보상 받으려 영업 중"

 

‘성매매 특별법’ 시행 5년을 맞은 2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391번지 일대. 이른바 ‘용산역전 앞’이라 불려온 이곳 ‘성매매 집결지’는 하루를 여는 늦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오전 내내 고요하던 이 거리는 업소의 문이 하나둘씩 열리며 묘한 활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업소의 투명 유리문 안에 앉은 여성들은 주변을 오가는 남성들을 불러 세우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늦은 가을볕을 쐬며 문 앞에 앉아 있었다. 경찰은 8월 현재 아직 39명의 여성들이 이곳에 남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업소 문을 열어두곤 있지만, 강화된 단속 탓에 실제 이곳을 찾는 남성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손님은 거의 없지만, 재개발 협상 때 좀 더 유리한 보상을 받기 위해 업소마다 문을 열어두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곳은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기 전인 2004년까지만 해도 100여개의 업소에서 382명의 여성이 ‘성업’하던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업주는 “용산 참사가 터진 길 건너와 달리 이곳은 아직 조용하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아직 철거 중인 건물도, 재개발을 알리는 펼침막이나 전단지도 없었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낡은 여인숙과, 사람이 떠난 지 오래된 듯 꽃무늬 벽지가 다 뜯겨나간 몇몇 업소들의 황폐한 광경만이 눈에 띄일 뿐이었다.

 

김경근 ‘용산역 전면지구 세입자 대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 조합과 보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주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보상 문제 때문에 이곳은 폭풍전야”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한 업주는 “그래서 업소마다 남은 아가씨들은 고작 한두 명뿐”이라며 “그나마 보상을 받기 위해 붙잡아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김민경 기자

수십년 동안 성매매 알선으로 돈을 벌어온 건물주(조합원)와 포주(세입자)들은 ‘영업 보상금’ 등을 놓고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사회적 편견 속에 살아온 39명 성매매 피해여성들에 대한 배려를 찾긴 어려웠다.

 

재개발을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오랜 시간 이 지역에 기대 생계를 이어온 나이든 여성들이었다. 이 지역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 인사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나이든 성매매 여성은 재개발이 시작되면 집과 일자리를 동시에 잃게 된다”며 “평생 사회의 편견에 고통받아온 여성들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는 “도시 재개발과 관련된 이익이 건물주와 포주, 재개발 업체에게 집중되고, 성매매 여성들은 지금처럼 아무 대책없이 거리로 쫓겨나는 게 옳은 일인지 우리 사회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