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장촌 재개발 범법자들만의 '돈잔치'
[성매매특별법 그 후 5년]
‘성매매 알선’ 건물주·포주들 영업보상비 등 챙겨
피해 여성 눈물…“개발이익 환수로 자활 도와야”
한겨레  
» 전국 성매매 집결지 현황·전국 성매매 단속실적 성매매 피해자 지원실적




서울의 주요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재개발이 잇따르면서, 천문학적인 수준의 재개발 이익 가운데 일부를 공적 목적에 사용하는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성매매로 돈을 벌었던 건물주와 포주(세입자)들이 재개발로 인해 ‘영업 보상비’ 등의 형태로 더 큰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반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재개발로 인한 이익은커녕 피해를 입는 실정이다.

22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 ‘용산 2구역’(1만8956㎡) ‘관리처분계획서’를 보면, 이 사업의 전체 분양수익은 9522억원으로 공사비(1981억원), 간접비(2667억원), 애초 토지·건축물의 평가가격(2948억원) 등을 뺀 개발이익은 1202억원으로 추정됐다. 2구역의 조합원은 70여명으로, 재개발로 조합원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17억원쯤 된다. 서울 용산역 앞은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최대 ‘노른자위’로 꼽히는 지역으로, 지난 2001년 ‘용산역 전면 제2·3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돼 이르면 내년 초 공사가 시작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용산 3구역’(2만4788㎡)의 개발이익도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 것으로 보여, 전체 개발이익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올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1월 일어난 ‘용산 철거민 참사’ 탓에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이른바 ‘청량리588’, 성북구 하월곡동의 ‘미아리텍사스’, 강동구 천호동 ‘천호동 텍사스’ 등 다른 성매매 집결지들도 재개발·뉴타운 열풍을 등에 업고 개발이 진행중이다. 이들 성매매 집결지는 유동 인구가 많은 철도·지하철 역 앞에 있는데다, 수십년 동안 개발이 정체돼 막대한 개발 이익이 기대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이 지역 건물주와 포주들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처벌법)로 처벌이 가능한 ‘성매매 알선범’들로, 지난 수십년 동안 성매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성매매 처벌법은 “성매매 알선 등으로 얻은 금품은 몰수·추징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실제, 경찰은 2008년 9월 대전시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 안의 ㄹ유흥주점 건물주 ㄱ씨가 성매매 알선 등으로 얻은 소득 2억9650만원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법원에 ‘재산 보전신청’을 내는 등 최근 들어 이 조항을 적극 적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원민경 여성인권위원장은 “도심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의 개발 이익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에서 피해 여성들의 자활 비용과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윤형 이경미 김민경 기자 charisma@hani.co.kr






»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재개발 ‘노른자위’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성매매 업소 앞 거리가 23일 오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개발이익 환수 추진 ‘3년째 공회전’

성매매 집결지의 개발 이익 환수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여성계가 풀지 못한, 오랜 숙제다.

여성계는 2006년 말부터 성매매 집결지의 재개발 문제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자 “개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공공의 목적으로 쓰자”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를 위해 홍미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복지위원회,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등이 모여 ‘집결지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등을 만들고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열었지만, 연말 대선 정국에 휩쓸려 뚜렷한 성과를 내놓진 못했다. 당시 공대위가 검토한 법률 초안에는 △개발이익의 환수를 위한 여성부와 지자체 사이의 긴밀한 협력 △환수한 개발이익을 성매매 여성들의 사회복귀비용 등에 사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편, 여성부의 지난해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지원 사업’ 예산은 69억3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용산 2·3구역 재개발에 따라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3천억원에 견줘 2% 수준이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