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9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여성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여성안전 모니터링 보고회,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들이 법정에서 진행된 여성폭력범죄사건 재판을 참관하고 다양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경남여성단체연합(대표 김윤자, 아래 경남여연)은 19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여성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여성안전 모니터링 보고회,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경남여연은 상담소 상담원과 시민참여단 26명으로 참관단을 구성해, 지난 8~9월 사이 창원지방법원 315호(또는 313호) 법정에서 열린 여성폭력범죄사건 재판을 참관했다.

이 기간 동안 다루어진 여성폭력범죄사건은 합의공판 44건과 항소심 61건을 포함해 모두 105건이었다.

참관한 사건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음란물 제작 배포·소지 ▲추행 ▲강간·간음 ▲성매수 등이었다.

"피의자의 죄, 결코 가볍지 않다"

▲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9일 오후 경남도의회에서 “여성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여성안전 모니터링 보고회, 개선방향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김유순 경남여연 인권위원장은 여성안전-여성폭력 관련 재판 모니터링 결과 및 개선방향을 위한 제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유순 위원장은 "법정에서 오고가는 전문적인 법적 용어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나 그 가족이 방청을 하게 된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나 용어로 인해 더욱 불안이 가중돼 심리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됐다"며 "재판과정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법조인들이 사용하면 좋겠다"는 지적부터 했다.

김 위원장은 "2020년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이 개정되어 보다 엄격해졌음에도 여전히 처벌수위는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가해자가 미성년일 경우 처벌 수위는 더욱 낮다.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이 일로 상심했을 자신의 가족에 대한 반성이 앞서고 피해자의 피해상황은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 13세 미만의 아동을 강간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해 협박까지 한 범죄에 '그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재판부가 판단하면서도 내려지는 형량은 범죄피해 정도에 비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피의자들이 내는 반성문과 병세 악화 등에 따른 선처 호소에 대해, 김 위원장은 "변호인 또는 피고인의 주장 모습은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재판부 역시 이를 진정한 반성으로 해석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재판부에서 피고인 측에 2차 가해 준수사항을 콕 짚어서 별도로 고지하는 것과 도주 우려로 인해 법정 구속한 사례가 근래에는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2차 피해 우려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정에서 피고인 측이 피해자 진술 증거를 부동의 하게 되면 사실상 재판부는 피해자의 피해 진술에 대해 열람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다"며 "이러한 경우에 결국 피해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피해자 증인신문이 불가피하게 되어 2차 피해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피고인 측의 증거 동영상이 법정에서 증거자료로 보여 지거나 증인신문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이 있기도 한다"며 그 예로 "형사사건의 경우, 피해자 측 변호인이 참석하는 경우보다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보니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과정이 누락하게 되고, 법정 내에서 피해자 또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결국 피해자의 피해와 목소리는 삭제되고 재판부는 가해자 측의 말과 입장을 더 많이 듣고 판단하게 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합의 위해 선고기일 늦춰주기까지... 불안한 상황 내몰려"

합의와 관련해서도 김 위원장은 "재판부는 피해자 측과 접촉을 위한 선고 기일을 늦춰주면서까지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자칫 이러한 접촉이 피해자에게 불안한 상황을 야기 시키거나, 응하지 않았을 때 이후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인한 불안감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강간사건임에도 여전히 재판에서는 피해자와의 관계가 양형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되고 있었다"며 "현행법상 강간은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을 곤란하게 하고 사람을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는데 동의 여부에 의한 판단으로 개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언어적 한계나 거주의 불안정성 등을 고려한 세심한 재판 절차 고지가 필요하고, 통역사의 착석 위치를 통역 받을 사람 가까운 위치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순 위원장은 "다른 범죄보다 성범죄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중심이 되는 재판 판결이 필요하고, 양형과 관련해 피해자에게 납득 가능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재판부와 검찰은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정례적인 간담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피해 지원체계에 대한 이해도와 일반 시민들의 높아진 감수성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는 어디로
 

   
최정미 김해여성회부설가정폭력상담소 소장은 가정폭력 관련해 "가정폭력은 개인의 존엄과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범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최 소장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중심으로 가정폭력처벌법이 분명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상담소는 가정폭력처벌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며 "가정폭력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중심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미영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부설고용평등상담실 국장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직장 내 성희롱이 일터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임을 인식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산업재해 인정 기준을 마련하여, 직장 내 성희롱이 직접적인 사유가 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화 경남여성단체연합 부설 여성정책센터 센터장은 "여성폭력 실태 및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성별분리통계를 구축해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여성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일상으로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경제적 자립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정서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재판 참관단들도 소감을 발표했다. 정수현 상담원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 입은 피해자는 지워지고, 가해자의 변명과 복잡다단한 법적 질서만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분명히 가해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재판정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법체계의 구조상 피해자의 자리는 증인으로만 불릴 뿐이었다. 최후 변론에서 나오는 가해자의 사죄도 피해자를 향하지 않았고, 존경하는 재판부를 향해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현 사법체계를 비판했다.

영실 참관단원은 "1심에서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던 가해자가 뻔뻔하게 항소하는 모습을 보며, 재판을 끝까지 지켜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2심 판결까지 지켜보며 결국 마음속에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방청 연대'라는 이 네 글자였다"며 "여성 폭력 재판을 지켜보는 것이 방청이 아니라 방청 연대인지, 그 과정에서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서분 참관단원은 "법정에 선 사람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왜 남성들이 많은 것일까. 여성폭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까지도 그런 의문이 들었다"며 "피고인의 보호자들도 여성들이었다. 내 새끼 불쌍하다며 우는 그들은 엄마이고 배우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살짝 화가 나기도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백래시, 역차별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상황을 본다면 어떻게 역차별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법정을 한 번 나와 보시라. 그 말이 나오는지'라고 외치고 싶었다"고 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