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집창촌, 남겨진 여성들②]
- '자활' 위한 끈질긴 설득·기다림, 지인 권유도
- 대구 집창촌, 폐쇄보다 성매매 여성 자활 초점
- 충분한 예산, 지원신청 적극 유도…자진 소멸
- "사후관리, 지원 다각화로 탈성매매 이어가야"

※집창촌은 불법이다. 전국 지자체들마다 폐쇄 작업이 한창이다. 경기남부 최대인 수원역 앞도 마찬가지. 한 달 전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이주 뒤, 한강 둔치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여성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혹자는 "시간을 많이 줬다"고 했다. 하지만 한 여성의 죽음은 그 시간보다 더 무겁다. 중요한 건 그 오랜 시간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편집자 주]

 

대구 자갈마당 폐쇄 전후 모습. 

"갈 데가 없었어요. 그런데 먼저 나간 언니가 집 구하고 생활비까지 받는다고…. 여기서 진 빚도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있다는 말에 한 번 해볼까 생각했었던 거죠."

밤낮없이 일(성매매)만 했다. 관절이 녹아내릴 정도였다. 좁은 방에 몸을 뉘이면 '주사 이모'가 들어와 항생제를 놨다. A씨(40대)가 대구시 집창촌인 자갈마당에서 지낸 지도 10년.

 

3년 전쯤인가. 먼저 이곳을 떠난 언니 소식을 들었다. 시청에서 지원금을 받아먹고 자는 건 물론, 새 직장까지 구했다고 했다. '나도 해볼까.'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어쩌면…" 그녀를 잡아끈 '기다림과 신뢰'

하지만 사장님(포주)의 말에 겁이 났다. 탈성매매 서약서를 쓰면, 이른바 '신상털이'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녀에게는 '시간'과 '믿음'이 필요했다.

언제부터인지 시민단체 상담사들이 이곳을 찾는 횟수가 부쩍 늘기 시작했다. 몇 달을 계속해서 오가며 '아가씨'들을 만나 대화인지 상담인지를 했다. 그러는 사이 하나둘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하루는, 직접 상담사를 불러 세웠다. 앞서 떠났던 '아가씨'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들었다. 마음이 흔들렸다. 앞에는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가 놓였고, 상담사 손을 잡고 그곳을 나섰다.

◇새 인생 준비 '마중물'된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

우선 열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매달 100만원 정도의 생활비와 방세가 들어왔다.

업주에게 갚을 선불금도 상담사가 연결해준 법률상담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불법적인 채무에 대해서는 돈을 갚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300만원의 직업훈련비로는 미용학원을 다니며 미용실을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중졸의 '짧은 가방끈'은 문제가 안 됐다.

"걱정과 불안은 여전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 것만은 분명해요. 다만 집에 있는 아이와 엄마를 부양하려면 부지런히 배우고 부업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본 사례는 대구여성인권센터에서 펴낸 '자갈마당 폐쇄 및 자활지원사업 백서(1909자갈마당_2019우리기억, 2020년 발간)에 담긴 일부 인터뷰 사례들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 지원, '자발적 영업중단' 견인

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자갈마당에서 종사했던 성매매 여성 110명 가운데 자활지원을 받은 여성은 90명으로 80%를 넘었다.

실제로 50~100건 수준이었던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에 대한 상담 건수는 2017년 '대구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가 본격 시행된 이후 200~300건으로 급증했다. 1년이 넘는 동안 성매매 여성들과의 소통 기회를 그만큼 많이 가졌다는 얘기다.

해를 거듭하면서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 20명 정도가 꾸준히 취업에 성공했다. 성매매 여성은 점차 줄었고, 지난 2019년 6월 100년 넘은 대구 집창촌인 자갈마당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대구 지역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 장은희 소장은 "무작정 내쫓는 방식이 아니라 충분히 판단할 시간을 주고 지인들 소개도 받게 해서 스스로 지원을 받을 의지를 갖게 한 게 주요했다"며 "재취업의 경우 수요가 꾸준한 노인·장애인 돌봄이나 미용기술 등을 익히도록 유도해 지속적인 탈성매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전주 선미촌에서 예술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전주시청 제공

◇행정 중심 아닌 '지원 대상' 관점의 접근법

하지만 집창촌이 있는 전국 각 지자체들은 대부분 자갈마당 사례가 아닌 전주시 선미촌 사례를 모범 사례로 꼽는다. 강한 행정력과 복합문화공간 조성 등을 통해 신속하게 '폐쇄'라는 성과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집창촌을 폐쇄한 수원시 역시 전주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수원시도 전주시와 마찬가지로 성매매 여성들에게 주거비 800만원과 월 생활비 100만원, 직업훈련비 360만원의 지원을 제시했다. 지원 기간도 1년으로 지원 액수나 기간 면에서 오히려 자갈마당보다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집창촌 폐쇄 과정을 행정의 관점에서 보느냐 성매매 여성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자갈마당과 비슷한 100여 명 규모인 수원과 전주 등의 성매매 여성들이 탈성매매 서약서를 쓴 경우는 20% 수준이다. 자갈마당의 4분의 1이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이하영 대표는 "오랫동안 성매매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1년만 지원하는 것은 학력, 경력, 지식체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소 짧은 측면이 있다"며 "자활지원 본래 취지인 탈성매매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지원범위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박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