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원 첫 판결… 범죄수익 대상으로 봐 책임 물어

성매매에 이용된 건물도 범죄수익 대상으로 보고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3) 사건에서 성매매 장소로 이용된 안마시술소 건물을 몰수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2011년 4월부터 1년 동안 강원 속초시의 5층 건물에 안마시술소를 차리고 지속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공범인 삼촌으로부터 이 건물을 명의신탁받아 5층 가운데 4개 층에 31개의 안마시술방을 만들어 성매매 영업을 했다. 건물 한 층은 직원 숙소로 사용됐다.

김씨 등은 2011년 9월 성매매알선 행위가 적발됐지만 그 후로도 ‘바지사장’을 내세워 영업을 계속했다. 수사 결과 김씨는 자금관리를 해왔고 김씨의 삼촌이 영업을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매매알선 혐의는 1심부터 유죄판단을 받았다. 대법원까지 오게 된 쟁점은 문제의 5층 건물을 범죄수익 대상으로 보고 몰수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범죄에 이용된 재산을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할 수 있느냐는 재판부가 결정한다. 검찰은 1심부터 부동산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김씨의 휴대전화만 몰수 판결하고, 부동산 몰수 부분은 기각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건물도 몰수할 수 있다고 했고,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성매매가 산업적으로 재생산되는
고리를 차단하고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통해 불법수익을 얻으려는 유인을 막기 위해서는 성매매알선 행위에 대한 처벌이 실효를 가질 수 있도록 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몰수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몰수 대상의 기준도 밝혔다. 먼저 “몰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및 범행에서의 중요성, 물건의 소유자가 범죄 실행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 정도, 범죄로 얻은 수익, 범죄와의 상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몰수되지 않을 경우 행위자가 그 물건을 이용해 다시 비슷한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 유무 및 그 정도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성매매를 막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오락실의 경우 기계를 몰수하면 되는데 성매매는 건물을 몰수하지 않으면 같은 장소에서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도 김씨와 삼촌은
시각장애인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영업을 했다.

성매매업자들이 벌어들인 범죄수익금을 환수하는 데도 ‘사전조치’로 부동산을 몰수하는 방법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미리 성매매 건물에 대한 보존신청을 마치고 재판에서 몰수를 청구했다. 김씨와 삼촌이 1년 동안 성매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조사된 것만 약 1억8000만원이었다.

재판부는 “형법상 ‘범인’에는 ‘공범자’도 포함되므로 범인 자신의 소유물은 물론 기소되지 않은 공범자의 소유물도 몰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 장소로 사용될 것을 알고 부동산을 빌려줬다면 성매매로 인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함께 처벌될 수 있다는 뜻이 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