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폐쇄가 본격화되고 있다. 창원시가 성매매집결지 개발을 위한 기본말� 수립 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홍준표 도지사가 이곳을 방문, 폐쇄를 위한 대책 검토를 지시하면서 폐쇄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성계 인사들은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다시는 성매매업에 종사하지 않도록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2월 4일 성매매집결지 2만3000여㎡ 개발 기본 구상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했다”며 “예산 3800만원을 들여 6월 3일까지 4개월간 시행한다”고 5일 밝혔다. 집결지 근처에 3·15 의거 탑과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가 있어 3·15 의거를 주제로 한 공원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용역에 착수한 것은 성매매집결지가 교육과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여성단체와 주민들의 여론이 비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옥선 시의원(통합진보당)이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집결지 폐쇄 정비를 요청한 것도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성매매집결지 근처에는 어린이집 3곳과 초등학교, 3·15 의거 탑,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 있다. 아이들이 걸어서 성매매집결지 골목을 지나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유치원 차량도 골목을 통행한다. 1905년 마산항 개항과 함께 생겨난 이곳은 술을 전혀 팔지 않고 성매매만 하는 경남의 유일한 전업형 성매매집결지다. 38개 업소에 여성이 130∼140명가량 된다. 업소들은 도심지역에서 여인숙 간판을 달고 버젓이 영업을 해왔다. 박선애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소장은 “반나체 차림의 여성들이 유리방 안에서 ‘초이스’ 당하기만 기다리는 전업형 성매매집결지”라며 “100년이 넘은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된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임경숙 도의원(새누리당)이 5분 발언에서 지역 주민의 68.4%가 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경남도가 폐쇄 작업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홍 지사도 지난 2월 18일 현장을 둘러봤다. 당시 방문 의도를 알아챈 업주들이 홍 지사가 탄 차량을 입구에서 저지하자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를 찾아 폐쇄 계획을 밝혔다. 홍 지사는 “어린이집도 있다. 이제 폐쇄해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도청 여성가족정책관에게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검토를 지시한 상태다. 도청 여성가족정책관실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주거 지원이나 자활 대책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은 폐쇄를 말할 시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천호 도시계획과장은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할 경우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을지 타당성 분석을 위한 용역일 뿐 보상이나 이전 문제를 말하긴 이르다. 개발 구상안에 따라 관련 부서에서 별도로 시행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계는 폐쇄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정혜 로뎀의집 관장은 “오랜 기간 폐쇄 여론이 높았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성매매집결지 바로 앞에 역사적 공간인 3·15 의거 탑이 있다. 동네 주민들은 민주성지인 이곳에서 여성들이 성매매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기막히다고 한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경숙 서성동집결지 재정비대책위원장은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박완수 창원시장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시가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개발 사업을 단독으로 못 한다. 경남도가 의지와 결단력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4월 25일 시민 공청회를 마련한다.

폐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상담원들에게 “우린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스레 묻는다는 전언이다.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한 직업훈련과 의료 지원, 법률상담, 쉼터 제공 등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매매집결지 폐쇄 이후 대책을 마련하면 이미 시기상으로 늦기 때문에 재정비 계획의 일부로 반드시 성매매 피해 여성 보호 대책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호 대책이 없으면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다른 집결지로 옮겨가거나 주택가로 파고드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소장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래야 폐쇄와 동시에 다른 형태의 성매매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선 주거 지원이 급선무다. 여성들이 자립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제공돼야 외부의 유혹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들의 생계 대책을 마련해주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활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기술을 가르쳐서 창업이나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창원시와 경남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