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선 피해자 아닌 피의자…
법원 판결에도 실제적용 힘들어


성매매 여성 A 씨는 지난 2006년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기로 하면서 마담으로부터 대부업자를 소개받아 선불금을 빌렸다. 성매매 여성의 ‘족쇄’라는 일명 ‘마이낑 대출’이었다. 5년간 그가 업자로부터 빌린 돈은 1억여원. 하루 12만~18만원씩 꾸준히 갚아 나갔지만 빚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대부업자는 A 씨가 빌리지 않은 돈까지 갚으라며 협박까지 했다. A 씨는 결국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현행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성매매를 시키기 위해 돈을 빌려준 경우 그 채권은 효력이 없다. A 씨 역시 “성매매를 전제로 한 채무는 무효”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법적 이상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성매매 여성 대다수는 ‘선량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법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성매매 실태조사’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 성매매 여성은 마이낑이 무효라는 것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돈을 안 갚으면 부모님께 피해가 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리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변칙 마이낑도 문제다. 업소 주인이 제2 금융권 등 3자를 통해 대출을 해줄 경우, 그것이 성매매를 전제로 한 것임을 증명하기 어렵게 된다. 대출서류를 허위로 꾸미거나 아예 작성하지 않아 증거물로 제출할 것이 없는 경우도 다수다.

불법대출로 협박을 받는다 해서 선뜻 경찰신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찰이 성매매 여성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접근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은 성매매가 자발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 못하면 처벌받는다. 여가부가 2007~2009년 4개 지방검찰청이 다룬 성매매 피의자 1357명을 표본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에 적발된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본 경우는 없었다.

서영익 여가부 권익지원과장은 “여가부에서 매년 성매매 여성 집결지를 방문해 불법대출 신고를 받고 있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피해자로 보아 비범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김양임 휴먼케어센터 원장은 “유엔 인권권고에 부합하게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로 간주하고 수사기관이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려 할 경우 자발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수사기관에 부여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