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A양, 사망 20일 동안 무슨 일 당했나

[청소년 범죄 프로파일①] 지적장애 소녀 살해 암매장 사건

[ 2009-04-16 06:00:00 ]

CBS노컷뉴스 박슬기 기자박슬기

지난 3월21일 경기도 성남에서 지적장애 10대 소녀가 살해된 뒤 암매장 당했다. 살인 용의자로 붙잡힌 이들은 숨진 소녀와 함께 동거해온 가출 청소년들이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행위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단순한 구타를 넘어서는 '가혹행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몇몇 언론에 단신으로 보도된 뒤 세인들의 관심밖으로 사라졌다. 노컷뉴스는 위험수위에 다다른 '청소년 범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이번 사건을 심층취재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1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의 한 공원 관리인 김모(67) 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공원을 순찰했다. 운동하러 나온 시민들과 아이들이 많은 주말이라 중간중간 공원 상태를 살펴야 했기 때문이다.

공원 뒷편에 있는 소공연장에서 쓰레기 몇 개를 줍고 돌아서려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평소 보던 풍경이 그날따라 낯설게 느껴졌다. 소공연장 뒷편 야산 일부가 벌건 황토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만 보니 땅이 파헤쳐져 있었다. 사람이 다닐 일이 전혀 없는 곳이라 뭔가 꺼림칙했다. 가까이 가보니 하얀 이불 같은 것이 조금 보였다.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그곳에서 이불에 싸인 시신을 찾아냈다. 야산에 쳐져있던 철조망 너머에서는 사망자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과 지갑, 옷가지 등이 담긴 비닐 봉지도 발견됐다.

곧바로 사망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지적장애 소녀 A(16) 양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A양 살해혐의로 A 양과 동거를 해온 B(18), C(18), D(18) 군과 E(16) 양을 체포했다. 이들은 A양을 20여일
동안 감금한 채 구타해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과연 20일 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극의 시작… 위험한 동거·날카로운 키스

A양이 이들과 동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초. A양의 남자 친구인 B군이 C군에게 "
월세를 낼테니 같이 지내자"며 A양과 함께 경기도 성남의 한 다세대 주택에 들어오면서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다.

A양과 B군이 동거에 들어간 집은 C군 엄마의 소유였지만 C군의 엄마는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고, C군 역시 여자 친구인 E양과 그 오빠이자 동창인 D군과 동거를 하고 있었던 터였다. 10대 5명의 세상이었던 셈이다.
 
식사준비는 E양이 담당했다. 라면을 주로 먹었지만 가끔 간단한 찌개와 C군의 어머니가 만들어 놓은 몇가지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들의 주요 일과는 TV 보기, 비디오 보기, 인터넷하기, 잠자기.

이들은 편의점과 주유소,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었지만 A양이 이 집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A양의 통장으로 매달
장애인 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 등 90만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돈이 더 필요하면 가끔 A양 엄마에게 돈을 갖다 쓰기도 했다.

이들이 동거에 들어간 지 한달이 지난 2월 말쯤, 이들에게 또다른 '일과'가 생겼다. A양을 폭행하는 것이었다.

A양이 남자친구인 B군이 없을 때 함께 술을 마시던 D군과 '입맞춤'을 했다는 이유였다. 입맞춤 사실을 알게된 B군은 일종의 '재판'을 연 뒤 입맞춤 사건을 A양의 책임으로 결론내렸다.

A양과 D군은 상대방이 먼저 유혹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목격자인 E양이 '남자친구를 놔두고 다른 남자와 키스한 A양이 잘못한 것'이라며 오빠인 D군의 손을 들어줬다.

첫날은 '배신했다'는 이유로 이불로 A양을 덮은 뒤 2시간 동안 목검과 쇠파이프 등으로 팔과
다리 등을 마구 때렸다. 폭행을 시작하던 날 각서도 받아뒀다. '도망치지 않기', '말할 때는 고개들고 말하기', '말 안들으면 손목 절단', '이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돌림빵(돌아가며 때리기), 윤간, 삭발 중 하나 선택하기'라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며칠 뒤부터는 생리를 한다는 이유로,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밥에 변비약을 탔다는 이유를 대며 매일 1~3시간씩 작은 방에 있던 나무 의자에 A양의 팔과 다리를 노끈으로 묶어 놓은 뒤 폭행했다.

A양은 반항할 수도 없었다. 남자 3명이 때리는데다 온몸이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같은 여자여서 A양이 '친구'로 믿었던 E양도 A 양이 소리를 지르면 인근 주민이 알게 될 것을 우려해 입에 양말 등으로 재갈을 물리는 등 A양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양에 대한 단순폭행은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C군은 평소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흉기를 더욱 뾰족하게 갈아 A양의 다리와 팔 등에 일부러 떨어뜨렸다. B군 등은 문신을 새긴다며 A양의 몸을 바늘로 찔렀다. 이들은 불에 달군 숟가락을 A양의 몸에 갖다 대기도 했다. '살 타는 냄새가 어떤지, 그때 반응은 어떤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고통을 느끼기도 힘들만큼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A양은 숨지기 며칠 전 '최악'의 하루를 경험한다. B군 등이 A양 몸에 이물질을 넣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재미로 해봤다"고 진술했다.

이후 A양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의식이 흐려지고 인지능력도 떨어져 숨지기 3일 전에는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지난달 19일 A양은 숨졌다. 이날 점심쯤 잠에서 깨어난 이들은 A양이 숨진 것을 확인하고 시신을 암매장하기로 했다. 이후 밤 10시쯤 '아지트'로 여겼던 공원 야산에 60c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A양을 암매장했다.

집 옥상에 있던 빈
수레에 이불로 감싼 A양의 시신을 싣고 그 위에는 가방을 얹었다. 여행가방으로 속일 심산이었다. E양은 망을 봤고 B군과 C군, D군은 수레를 번갈아 밀며 1km 정도를 이동해 '일'을 처리했다.

A양을 암매장한 뒤에도 태연히 동거생활을 계속하던 이들은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을 때도 범행을 부인하다 시신을 묶은 노끈을 들이대자 범행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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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가정이 청소년 범죄 부른다

[위험수위에 다다른 청소년 범죄②] 이혼 자녀, 범죄 노출 우려

[ 2009-04-16 06:00:00 ]

CBS노컷뉴스 박슬기 기자

## 엄마의 재혼으로 새 아빠와 함께 살던 민호(가명·18)는 최근 집을 나왔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의
이혼 이후 민호의 행동은 엇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새 아빠의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무심하게 대했다.

한번은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다 선생님에게 걸려 '부모님 모시고 오라'는 말에 엄마는 '왜 자꾸 말썽 피우냐. 이러면 더 이상 같이 못산다'고 꾸짖었다. 엄마는 끝내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같이 살기 싫어진 민호는 친척뻘되는 형의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지만 또다른 문제가 생겼다. PC방 아르바이트로 버는 40만원에서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돈도 부족했다.

결국 친구와 함께 인근 주택에 침입해 금품을 털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엄마가 경찰서에 들렀다. 그리고는 '다시는 얼굴 볼 생각말라'는 말을 남기고 되돌아갔다.

민호는 매일 밤 자기 전 엄마를 만나게 되면 할 말을 곱씹는다.

"낳아 놓기만 하면 다 되는 거냐고… 내가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냐고…"


##올해 고등학생이 된 시내(가명·15)에게 부모에 대한 기억은 매번 사소한 일로 싸우고, 던지고, 때리는 모습 밖에 없다.

시내가 7살 때 아빠와 이혼한 엄마는 그 이후 본 적이 없다.
지방에 일 나가는 아빠와는 별로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시내는 비슷한 아픔이 있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고 남들한테 기죽기 싫어 후배 돈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으면 때리기도 했다.

시내는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나도 원래 이런 아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혼 가정 청소년, 범죄 노출 우려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가 '청소년 잔혹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이혼 자녀들은 가정의 보호와 교육이 다른 아이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정서장애나 행동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2~3배 높으며 이는 청소년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혼 가정의 청소년들은 높은 공격성과 심한 불안, 낮은 학업성취도와 낮은 자존감, 부적절한 친구관계 등으로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미국의 경우 소년범죄로 수감된 청소년 절반 이상이 어린 시절 편부모 슬하에서 자랐으며 약물중독치료병원에 입원한 유·청소년의 75%가 편부모 가정 출신이고 자살자의 63%가 편부모 가정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컷베스트 

성남 지적장애 소녀 살해 암매장 사건에서도 이같은 전형을 찾아볼 수 있다. 가해 청소년 4명은 모두 이혼 가정의 자녀들이었으며 모두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을 자퇴한 뒤 가출한 상태였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매일 342쌍의 부부가 이혼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12만~14만 쌍이 이혼하는데 2007년 기준 이혼율이 결혼건수 대비 47.4%에 달해 OECD 가입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부모가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죽은 것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면서 "부모를 잃은 상실감 속에서 무언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욕구들이 좌절되면 그것이 분노로 이어져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어 "테레사 수녀나 나폴레옹, 퇴계 이황 선생도 모두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난 위인들"이라면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으로, 부모들이 자신의 슬픔에만 갇혀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는다면 이들도 얼마든지 훌륭히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thu2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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