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노래방이 오히려 성공한다?


대표적인 유흥가인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 상업지역.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이 도심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소주와 막걸리를 즐길수 있는 선술집에서부터 생맥주집, 서양식 고급 바, 노래방 등 1차부터 3·4차 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다.

특히 하복대 노래연습장들은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버금가는 인테리어와 서비스로 여흥을 해결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이 곳 노래방들의 3분의 1 가량이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무허가 업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초·중·고교 정문에서 200m 이내에는 청소년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노래방 영업이 불가능하지만 버젓이 성업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무등록 노래방들은 상습적으로 탈세를 하고 있을 뿐 더러 퇴폐 영업의 수위도 높아 여느 노래방들로부터도 지탄을 받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학교정화구역 비웃는 노래방


노래연습장은 해당 지자체에 법이 정하는 요건을 갖춰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지만 학교정화국역 내에서는 제한되기 때문에 교육청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은 청소년 유해시설이 학교 인근에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 정문으로부터 50m 이내를 절대정화구역, 200m 까지를 상대정화구역으로 정해 금지되는 시설을 정하고 있다.

노래방은 절대정화구역에서는 입점이 무조건 금지되며 상대정화구역에서는 해당 학교 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할 수도 있다.학교정화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사, 지역인사 등이 참여해 구성되며 주변 학구, 통학로, 해당 학교장 의견, 학생들의 유해성 등을 판단해 시설 입점 가부를 결정한다.

청주 하복대 상업지역 일부는 인근의 증안초등학교 환경위생 상대정화구역 내에 포함돼 정화위 심의를 거쳐야 하며 대부분 부결 처리 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정화구역 제도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하복대 상업지역 노래방중 3분의 1 가량이 이 구역에 포함되면서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방 업계에 따르면 하복대 상업지역 내에서 16~18개 노래방이 영업하고 있는데 이중 5~6개가 학교정화구역 금지 조항 때문에 등록이 되지 않는 무등록 업소라는 것이다.

한 노래방 업주는 “본격적으로 하복대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5~6년 전에 문을 연 무등록 노래방이 지금까지 영업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이나 구청에서 단속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 “벌금 별 것 아니야, 내면 되지”

현행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음진법)은 해당 지자체에 등록하지 않고 노래방 영업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관할 자치단체장은 무등록으로 적발된 업소를 자진폐쇄토록 통보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출입문을 봉인조치 토록 하고 있다.

법대로 할 경우 무등록 노래방이 한번만 적발돼도 형사처벌과 함께 영업장이 폐쇄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청주 하복대 상업지역의 무등록 노래방인 A업소. 올 들어 2월과 4월 흥덕경찰서로부터 무등록 영업으로 적발됐다. 두 차례 적발로 벌금 100만원과 150만원 처분을 받은 A노래방은 그러나 또다시 영업하다 지난 7월 세 번째로 적발돼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흥덕구청으로부터도 자진폐쇄 하라고 통보가 왔지만 무시해 왔다. 그러다 세 번째 적발이 되고 나니 이번에는 담당 직원이 나와 봉인 스티커를 출입문에 붙였다. 하지만 업주는 봉인스티커를 이틀만에 떼어 내고 또다시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실 A노래방은 그리 심한 경우가 아니다. 인근이 B노래방은 2004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22번이나 무등록 영업으로 적발됐다. 올 들어서도 5차례. 어림잡아도 지난 5년간 납부한 벌금만 4000만원이 넘는다. 그동안 노래방 소유주도 여러차례 바뀌었지만 대부분 친인척 명의로 얼굴만 바꾼 경우다.

이렇듯 하복대 지역 무등록 노래방들은 올들어서만 최소 두 차례 이상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업장을 자진폐쇄하거나 업종을 전환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취재진이 확인한 6개 무등록 노래방 중 현재 문을 닫아 놓은 1곳은 전 소유주와 법정 공방으로 휴업하는 것이었고 또다른 1곳만이 일반음식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한 업주는 “무등록 영업으로 적발돼 부과되는 벌금은 100~200만원, 많아야 300만원이 넘지 않는다. 구속은 물론 집행유예라도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정도 벌금이면 하루 이틀 영업하면 올릴 수 있는 수익”이라고 말했다.

◈ 무등록의 또 다른 매력


법조계 관계자는 “음진법이 무등록 영업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생업을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이 참작돼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악덕 업주들은 이 점을 악용해 배짱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과되는 벌금 보다 이를 감수하고 영업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배짱 영업하는 무등록 업소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이 또 있다. 무등록 업소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며 주류판매나 도우미 영업 등 금지된 행위에 대한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노래문화업협회 관계자는 “술 판매나 도우미 영업이 금지되는 것은 노래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등록 업소는 법적으로 노래방이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 등 타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 노래방 영업에 따른 세금도 내지 않으니 벌금 몇 백만원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등록 영업 하다 매년 서너차례씩 적발되고 벌금을 물며 전과자가 돼도 배짱 영업을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주시가 출입문에 붙인 봉인 스티커도 무단으로 떼어내고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아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무등록 업소의 배짱 영업으로 대다수 정상적인 노래방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근절책이 없다. 특히 술 판매나 도우미 영업에 대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어 협회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고 덧붙였다.

◈ 퇴폐 수위도 배짱, 동종 업계에서도 비난

더욱 우려되는 것이 무등록 노래방 업소들의 불법, 퇴폐 영업이다. 술 판매나 도우미 제공 등 불법행위가 노래방으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한술 더 떠 높은 수위의 퇴폐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노래방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확산되는 추세까지 보여 노래방도 더 이상 퇴폐영업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한 업소는 노래방 도우미 대신 보도방을 통해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도우미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다른 업소는 양주 판매와 함께 룸살롱을 연상케 하는 접대부를 들여보내기도 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무등록 업소들은 단속에 적발돼 벌금을 납부할 각오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퇴폐영업의 수위는 높아갈 수밖에 없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등록 노래방의 영업 방식이 매우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노래방 업주들의 불만도 높아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무등록 영업으로 적발돼 벌금을 무는 것으로 면제부를 받는 셈이다. 술 판매나 도우미영업 단속 대상도 아니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고급 시설이나 퇴폐 영업을 통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곱게 보일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데다 술이나 도우미 영업을 했다고 해서 처벌도 되지 않으니 울화통이 치민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등록 업소들도 권리금까지 붙여 부동산 거래를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무등록 노래방임을 고지하고 임대거래를 알선하기도 한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영업이 잘 되는 업소는 시설비 명목으로 권리금이 붙기도 한다. 무등록이라고 해도 장사만 잘 되면 크게 거래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무등록 업소, ‘강력 처벌 해야’ 목소리

무등록 노래방은 감독권자인 청주시와 학교정화구역 운영권자인 교육청, 경찰은 물론 노래방 업주들의 단체인 노래문화업협회 공통의 골칫거리다.

경찰은 수차례 단속을 해도 근절되지 않는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고 청주시와 교육청 또한 사법권이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민원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에 적발되면 최소한 영업장을 옮기거나 당분간 폐쇄했다가 명의를 바꾸는 등 반응이 나타나야 하는데 무등록 노래방들은 많게는 몇십차례의 단속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니 공권력의 권위가 무색해 진다”고 말했다.

청주시나 교육청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단속할 수 있는 사법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라지지 않는 불법행위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주시의 경우 경찰의 적발사실이 통보되면 자진폐쇄를 종용하거나 출입문을 봉인하고 있지만 이 또한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심지어 청주시 흥덕구는 무등록 노래방을 파악해 현황과 조치사항 등을 기록하는 관리대장까지 만들었지만 뾰족한 근절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봉인을 훼손할 경우 형사고발할 수 있지만 무등록 영업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배짱 영업에서 얻는 이익 보다 무거운 강력한 형사처벌과 행정적 제재가 절실하다. 해당 업소 앞은 아예 지나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청 또한 청주시에 정화조치를 요구하는 데에 그칠 뿐 적극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자체 단속권이 없는 상황에서 청주시나 경찰에 정화 또는 단속을 요구하는 것 외에 합동단속에 참여하거나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를 강화하는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청주시가 노래방 담당 부서를 사법권이 없는 문화관광과(구청은 총무과 문화체육계)에서 환경위생과로 이관을 추진하고 있어 다소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 졌다.

김만덕 충북노래문화업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무등록 업소에 대해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회원 업소와의 갈등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우려돼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업지역 내 빈점포가 증가하고 있어 무등록 업소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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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제휴사/ 충북인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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