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외까지 퍼졌나]
①수요:해외서도 한국적 술 문화 원해 - 교민·여행객 할 것 없이 여성 접대부 술집 찾아
②공급:일부 여성들 돈의 유혹에 빠져 - 단시간에 큰돈 번다는 꾀임에 무작정 비행기 올라
③인프라:한국 성 산업의 견고한 뿌리 - 국내 성매매 산업 14조원… 단속 강화되자 해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하고 G20 정상회의까지 개최한 대한민국이 '성매매 여성 송출국(送出國)'이라는 오명(汚名)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①한국인 남성들의 수요 ②쉽게 돈을 벌려는 여성들 ③한국의 기이한 성(性)산업 구조에서 찾았다.

해외 가서도 성을 사려는 한국 남성들

한국 여성들이 해외로 나가 성(性)을 파는 것은 무엇보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교민들뿐 아니라 일부 한국기업 주재원, 출장자, 관광객 등이 원정 성매매 여성들의 '고객'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정재원 박사는 "해외 성매매는 한국 사회의 잘못된 술 문화에 익숙한 남성들이 해외에 가서도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곳을 찾고, 이러한 수요로 여성들이 원정 성매매까지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해리스 카운티 경찰이 지난달 초 한인 성매매업소를 급습해 성매매 여성들을 체포해 경찰서로 이송하는 뉴스의 한 장면. 해리스 카운티는 한인 매매춘업소와 전쟁을 선포했다. /ABC13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해외출장을 가면 자정이 넘은 뒤 딱히 갈 곳이 없어 한국 여성이 나오는 술집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캐나다 현지 매체는 "밴쿠버 지역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한국 여성을 '상품'으로 내세운 성매매 광고가 하루 평균 1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쿠버에서 대학을 졸업한 정모(29)씨는 "한국 여성이 나오는 업소를 이용하는 캐나다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호주 유흥가에서는 한국으로 착각할 정도로 룸살롱, 풀살롱, 마사지 업소가 즐비하다. 교민 잡지는 성매매 여성을 모집하는 광고로 도배될 정도다.

쉽게 돈 번다는 생각에 해외로 떠나는 성매매 여성들

한국 여성들이 원정 성매매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돈'이다. 작년 5월 캐나다 원정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경찰에 붙잡힌 10명의 한국의 여성들도 "단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됐다" "사채를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국했다"고 했다. 이 업소를 운영한 홍모(여·36)씨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한 달에 2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호언(豪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손쉽게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브로커의 꾐에 넘어간 여성들이 무작정 비행기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반인들이 제약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일을 할 수 있는 제도도 성매매 여성들에게 악용된다. 젊은이들이 취업과 관광,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무제한 발급하는 호주에 원정 성매매 여성이 대거 진출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한국 성매매 산업이 원흉(元兇)

여성가족부는 2007년 실시한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성매매 경제 규모를 약 14조952억원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국가예산(239조원)의 6%에 달하는 규모다. 전국의 성매매 업소는 4만6247곳이며, 이곳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은 26만9707명으로 조사됐다. 또 성매매를 한 남성은 연인원 9395만명에 달했다. 성인 남성을 2000만명으로 볼 때, 성인 남성 1명이 일 년에 5번 가까이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수치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남성권익 단체인 남성연대는 지난해 12월 전국 성매매 여성이 189만명이란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여성들이 현실에서 넘쳐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어느 도시든, 거리마다 유흥업소 네온사인이 밤새도록 반짝이고 있다. 서울 강남역·선릉역 인근 거리는 매일 저녁 나체 여성들의 모습이 찍힌 전단이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뒤덮고 있다. 성매매가 이뤄지는 '안마방'에는 대낮부터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몰린다. 오피스텔 성매매, 풀살롱, 룸살롱 등 근원을 알 수 없는 신조어도 계속해서 생산된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양식의 유흥업소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성매매 인프라'에 익숙한 사람들이 결국 해외로까지 나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필리핀의 경우 가정부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히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매매 여성 송출국'이란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