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매매·알선 막는 성매매처벌법

"의뢰받아 고객 경호사업 했을뿐"

'인간수업' 주인공 자기합리화에도

성매매 알고 소개행위 처벌 대상

"가출 청소년들 보호 장치 필요"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울산광역시 중구의 한 빌라. 지수(김동희 분)는 망연자실한 채 앉아있다. 아버지(오정진·박호산 분)가 본인 몰래 가져간 6,000만원을 찾으러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울산까지 내려왔으나 돈은 온데 간데 없었다. 아버지의 행방마저 묘연했다. 홀로 대학 진학 등을 위해 수년 동안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모아온 목돈이라 지수가 느끼는 실망감은 더 컸다. 멍한 채 방 한켠을 바라도던 지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한 건 함께 울산을 찾은 규리(박주현 분)의 질문이었다. 규리는 “바지 사장한테 얼마나 주느냐”, “너가 포주가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지수는 오히려 “포주? 내가?”라며 반문했다. 지수가 생각하는 사업은 성매매가 아닌 경호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지수는 “클라이언트로부터 의뢰받고, 물리적 위협에서 보호한다”며 “고객 관리 대리해주고, 픽업 중계하는데, 이게 어떻게 포주냐”고 반박했다. 본인이 클라이언트(성매매 여성)의 의뢰에 따라 고객 관리를, 왕철(최민수 분)이 픽업과 보호 업무를 분담하는 구조라, 성매매 알선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지수의 논리였다. 왕철과의 관계도 평등한 동업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돈을 벌기 위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의 한 장면이다. 지수는 도박에 빠진 아버지로 인해 혼자 살아간다. 집을 나간 어머니와도 연락을 하지 않은지 오래였다. 생존을 위해 그가 선택한 건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성매매 중계였다. 하지만 지수는 불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직 경호사업으로 여겼다. 생계는 물론 학원비 등까지 홀로 부담해야 하는 지수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자기합리화’였다.

벼랑 끝 ‘생존전략’이라 여길 수 있으나 지수가 행한 건 명백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 위반이다. 성매매처벌법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이를 약속하고 성교행위 등을 하는 것을 성매매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성을 사고 파는 걸 권유하거나 유인, 강요하는 행위를 성매매 알선으로 규정한다. 성을 파는 행위를 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을 고용·모집하거나 성매매가 행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직업을 소개·알선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홍경호 화우 변호사는 “(성매매·매수자라는)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행위가 알선”이라며 “(드라마상) 최씨도 성매매 알선 행위를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도왔다는 점에서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수가 19세 미만 청소년이라 소년법이 적용돼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 보호관찰 등 경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성매매를 알선한 이가 (지수와) 같은 청소년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인지했는지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이 연루된 성매매 알선 사건이라 각종 혐의가 검사·재판부 판단에 따라 적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세종의 공익 사단법인 ‘나눔과이음’에서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서유진 변호사도 “미성년자의 성매매 알선이라 검사의 판단에 따라 소년보호재판이나 형사재판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소년들이 스스로 성매매나 이를 알선하는 데 뛰어들게 되는 사회적 환경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중학생 때부터 성매매를 시작하는 등 나이가 어려지고 있다”며 “(성매매를 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청소년들도 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이미 (다른 어른이나 청소년 등) 주변에서 하고 있어 성매매나 알선이 큰 잘못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밖 청소년단체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집 나온 청소년들이 주거나 금전적으로 어려움에 내몰려 성매매 등에 나서는 사례를 봐왔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출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해주거나, 기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등의 사회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안덕현 기자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VHCMEI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