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알선, 미성년자 마약 사범도 크게 늘어
촉법소년법 “나이 제한 폐지” 주장도

 

서울동부지법은 지난 21일 성매매를 하자며 성인 남성을 유인해 폭행하고, 알몸 영상을 찍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5명에게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한다고 판결했다.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했지만, 미성년자인 이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선처를 내린 것이다.

 

최근 10대 청소년들이 포주 역할을 하거나 마약에 손을 대는 등 미성년자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돼는 만 10세부터 14세 미만의 미성년자, 즉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낮아 이들의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러스트=정다운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범죄는 청소년 인구 감소로 최근 10년간 감소하고 있지만, 재범률과 강력범죄율은 오히려 급증했다. 소년사건 재범률은 2010년 35.1%에서 2019년 40%로, 강력범죄 비율은 2010년 3.5%에서 2019년 5.5%로 늘었다.

 

미성년자 범죄는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고 있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 여중생이 조건만남을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8명이 집단폭행과 성폭행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또래 여중생들과 가해 남성 등 일당을 조사하고 있다. 7명은 모두 구속됐지만, 이 사건 가해자 중 한명은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이어서 형사 처벌을 면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청와대 청원 캡처

 

피해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촉법소년, 미성년자 가해자들의 성매매 강요와 집단폭행으로 인한 15세 여동생의 앞날이 무너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건물 옥상에 동생을 세워두고 신고에 대한 보복이라는 가해자들의 명분 하에 집단폭행이 시작됐다. 여럿이 둘러싸고 머리와 얼굴, 몸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기절한 상태에서도 폭행을 지속했다”며 “동생은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뇌출혈에 눈도 못 뜨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청원인은 “가해자 여중생 5명 중 한명은 생일이 7월이라 말로만 듣던 촉법소년”이라며 “촉법소년과 미성년자의 처벌 수위가 현 사회를 지켜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제도가 맞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압압수된 펜타닐 패치./ 경남경찰청 제공

 

최근에는 학교 안에서도 학생들이 마약을 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20일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마약 매매 등) 혐의로 10대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교생 등 10대 41명은 말기 암 환자처럼 장시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되는 ‘펜타닐 패치’를 유통하고 공원·상가 화장실과 학교 안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10대 마약 중독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69명이던 미성년자 마약 범죄자는 지난해 241명으로 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마약 거래에 나서면서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메신저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에 서버가 있어 추적이 어려운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10대 범죄는 과거보다 질적으로 악랄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늘었다”면서 “사이버 세상에 빠르게 노출되면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트위터나 텔레그램 등의 SNS를 활용한 신종 범죄도 빈번하게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는 “촉법소년은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이에 제한을 두고 무조건 범죄를 면해줄 것이 아니라, 나이와 관계없이 범행과 피해의 정도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김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