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집에서도 저 필요 없다고 하고 쓰레기라고 하는데 그냥 돌아다니다가 죽어버리든지 할래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친구는 지금 이 순간 저에게 소중한 존재예요.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봐요.”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채팅’이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풀었다. 가출청소년 구호 활동을 하는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작은별’의 온라인상담사 이윤정(24)씨는 지난 4월 가출 청소년들이 ‘조건만남’(성매매)에 나설 때 쓰는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에 접속했다가 김한솔(가명·18)양을 만났다. “재워주실 분? 용돈 많이 주실 수 있는 분도 좋고… 청량리역까지 오실 수 있는 분?”이라는 제목으로 대화창을 열어둔 김양은 부모의 폭언·폭력에 못 견뎌 집을 뛰쳐나온 지 이틀째였다. 돈도 없고 잘 곳도 없자 성매매에 나서려 했던 김양은 “잘 곳과 관련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상담사의 말에 처음엔 경계심을 내비쳤다. 채팅창에 조금씩 속마음을 털어놓던 김양은 4~5시간의 설득 끝에 동대문구 청량리역까지 찾아간 또 다른 상담사를 직접 만나 쉼터로 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상담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김양도 성매매에 빠졌을 것이다. 성매매 위기 직전에 있는 청소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항상 채팅앱에 접속해 있으려 한다”고 했다.

폭력 못견뎌 집 뛰쳐나온뒤
돈 없고 잘 곳도 없자 성매매
90%가 온라인서 거래 착안
상담사들 수시로 ‘앱 탐색’

처음엔 잔뜩 경계심
대화끝 청소년 쉼터 안착
성매수자·알선자들이
상담사 사칭 악용하기도

거리의 성매매 청소년에 대한 이른바 ‘아웃리치’(Outreach·적극적인 청소년 구호활동)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퍼지고 있다. 쉼터를 마련하고 청소년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거나, 활동가들이 거리로 나가 가출 청소년을 직접 찾아다니던 방식에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는 “청소년 성매매의 9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존 아웃리치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경계심 강한 성매매 청소년들은 전화나 직접 상담보다 채팅·문자메시지를 더 편하게 느낀다”고 ‘사이버 아웃리치’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2013년부터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각종 채팅 사이트에서 위기 청소년을 찾아 쉼터로 연결해주는 이른바 ‘사또’(사이버 또래상담) 사업을 하고 있다. 사또 상담사는 청소년 시기에 위기 상황을 경험했던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이다. 부모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박소영(가명·18)양도 지난 10월 한 랜덤채팅 앱에서 ‘재워 줄 사람’을 찾다가 사또 상담사를 만났다. “집에 보내는 거 아니냐. 경찰에 신고하는 거 아니냐”고 경계심이 가득하던 박양은 대화 끝에 서울 구로구에 있는 청소년 쉼터에 들어갔다.

가출 시절 성매매를 경험한 이다은(가명·18)양도 지난 9월부터 사또 상담사 예비과정을 밟고 있다. 아직 정식 상담교육을 받지 않아 직접 상담은 하지 않고 온라인 홍보를 맡고 있다. 이양은 “청소년 성매매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앱이나 경향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하게 알고 있다. 전문 상담사가 되면 성매매 관두고 일주일이 지난 뒤 그게 나 자신에게 얼마나 해가 되는 일인지 깨달았던 경험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사이버 아웃리치’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 대표는 “성매수자나 알선자들이 상담사를 사칭하고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사례도 있다. 공인된 기관의 상담사들이 온라인상에서 식별될 수 있는 기호가 표시되는 시스템을 제도화하는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작은별’의 김효정 팀장은 “이미 성매매에 깊숙이 빠진 청소년들은 도움의 손길 자체를 거부한다”며, 청소년 온라인 성매매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