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시장과 성매매
성산업과 사채시장은 가난한 약자로서의 성매매여성들을 지속적으로 성매매에 묶어두기 위한 기제로서 끈끈한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사채업자들에게 너그럽기만 한 고리대금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성매매하는 여성의 몸을 담보로 황금알을 낳고 있는 불법사채업자들의 횡포와 폭력은 이미 도를 넘어선지 오래입니다.
성매매방지법 이전부터 성매매업주는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선불금이라는 이름의 악랄한 사채빚을 주고 이를 통해 여성들을 통제·억압해 왔습니다. 성매매방지법 제정이후 성매매알선자들은 성매매를 전제로 한 선불금이 불법채권이므로 업소와는 무관한 빚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더욱 견고한 공조체제를 갖추게 되었지요. 성매매업주, 업소관련자(마담, 소개업소, 바지사장, 영업상무, 재정담당 직원 등), 사채업자는 물론 때로는 저축은행, 일반은행권대출까지도 이에 동원되고 있어 성매매를 중심으로 성별화된 경제체제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성매매시장안에서 여성들의 몸은 성매매하는 여성의 몸을 담보로 불법적인 고리사채에 이리저리 묶여 있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법적 권리를 통해 그 빚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할 때는 빚의 실체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한달을 지낼 여유돈도 없이 성매매를 이어가는 여성들은 방을 얻기 위해서, 업소를 옮기는 기간의 생활비 때문에, 몸이 아파서, 가족부양 등등의 이유로 빚을 지게 됩니다. 가진 것 없는 여성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은 업소와 사채시장이 유일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일을 해서 돈을 갖다 주어도 원금은커녕 고리의 이자감당도 어렵습니다. 갚지 못한 돈에 밀린이자에 선이자까지 합해서 다시 차용증을 쓰고 사채돈을 빌려 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를 반복하면서 빚은 쌓여만 갑니다. 사채업자의 피말리는 독촉에 하루하루 현금을 받을 수 있는 더욱 열악한 업소로, 업소로 내몰리다가 만세’(빚이 많은 업소 여성들이 빚을 못갚겠다고 선언하는 것)를 부릅니다.
그러나 그 만세는...... 가난한 여성에게 더 가혹한 세상살이를 마감하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행히 상담소활동가들이 업소 대기실에서 건네준 힘들땐 만세 부르세요! 파산 회생, 빚문제 법률지원라는 쓰여져 있는 소식지를 들고 상담소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기도 합니다.
만일 성매매여성이 아닌 보통의 사채라면 최소한 차용증이든 계약서든 채무를 증빙하는 서류라도 있을 것이고 이를 가지고 그야말로 회생이든 파산이든 빚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해 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채시장에서 성매매여성은 확연히 다르게 다루어집니다. 철저하게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몸을 담보로 주어지는 사채는 그 여성이 계속 성산업안에 머물러 성매매를 통해 돈을 갚도록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합니다. 업주와 끈끈하게 결탁하여 성매매여성이 지속적으로 출근을 하는 지 확인하고 돈을 받기위해 업소 앞에서 기다리거나, 수입이 적어질 경우 적극적으로 다른 성매매업소를 알선하는 역할도 결코 마다하지 않습니다. 또한 성매매여성이 빚을 안갚고 도망칠까봐 틈틈이 언제라도 끝까지 추적해서 받아낼 것이고 업소전력을 까발리겠다등등의 협박도 게을리하지 않지요.
빚으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한 성매매여성은 개인회생과 파산신청을 결심하여도 첩첩산중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사채시장에서 이미 여성들이 파산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덫을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성매매여성에게 업주와 사채업자는 차용증을 주지 않습니다. 가진 재산도 기술도 없는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을 전제로 주어지는 돈 자체가 불법채권이므로 채권의 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사채업자들은 자신의 주소지와 이름과 상호를 알리지 않고 성매매업소 업주들은 업주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선불금을 내어주는 것이지요. 대포폰과 대포통장이 사용되는 것도 다반사이고 사채업자 본인이 아닌 타인 명의의 폰과 통장을 사용합니다. 돈을 빌린 여성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여성이 성매매를 하여 통장에 돈을 넣으면 사채업자가 빼가는 식으로 돈거래 내용 자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때문에 성매매여성이 힘들게 만세를 부르고회생이나 파산신청을 하려 해도 누구에게 얼마의 빚이 어떻게 남아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사채업자의 연락처정도나 남아있을 뿐 이부장, 서사장,’정도의 막연한 호칭과 그나마 통장거래를 했을 경우 통장번호정도가 남아있을 뿐이죠. 100, 30일 짜리일수 등 단기 사채를 못갚으면 계속 이자와 원금을 합산하여 다시 차용증을 작성하기 때문에 파산회생을 하기에는 늘 오래되지 않은 최근빚이어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여성들이 업소에서 계산을 보는 날을 파악하여 업소나 집에 찾아와 현금으로 받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돈을 갚은 근거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여성이 돈을 갚았는데도 불구하고 근거가 없는 것을 알고 사채업자가 대여금 소를 제기하거나 신용정보회사에 채권을 팔아넘겨 여성들에게 이중으로 돈을 변제 받으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업소 여성들 간에 연대보증을 하도록 하여 여성들이 탈업을 하거나 다른 업소로 옮기는 경우 소재 파악이 어려워지면 원 채무자가 아닌 연대보증인들에게 소를 제기하여 돈을 변제 하도록 합니다. 맞보증으로 물고 물린 관계에서 여성들이 파산신청을 위해서는 차용증도 없이 업소를 옮겨다니며 작성한 수많은 차용증 내용을 기억해 내야 하는데 이는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너무도 많은 성매매여성들이 성매매여성에게 특별하게 적용되는 사채시장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2012년에 저희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에서 전국의 10개상담소의 법률지원현황을 취합해 본 바에 의하면 이미 성매매피해상담소들의 법률지원 중에서도 선불금, 사채와 관련된 민사소송의 건수가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빚고리로부터 벗어나는 것, 빚노예상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성매매여성의 탈성매매와 자활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선결과제입니다. 그러므로 부당한 빚을 털어내는 법적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유흥업소에서 기생하는 사채업의 일상화된 범죄와 폭력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에 따른 특례기준을 마련하고 법을 개정하는 등의 해결은 우리가 주목해야할 주된 이슈입니다.
그래서 2016년에  이 문제에 보다 집중해 보려 합니다.
201512월 여성인권지원상담소느티나무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