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의 어퍼컷] 우리는 왜 성매매 경험을 고백했나

성매매는 잔인하고 폭력적

사회에 메시지 전하고 싶었다

수요 차단 위해 처벌 강화를

성매매 여성은 처벌 말아야

심판자 자리서 이제 내려오라


▲ 성매매 추방 캠페인 포스터.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여성신문 연재 ‘뭉치의 어퍼컷’에 달린 댓글들은 매몰찬 비난과 모욕이 많다. 하지만 처음 ‘뭉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경험을 전했을 때는 이보다 훨씬 강한 ‘욕’과 ‘비난’ 댓글이 폭주했다.


그때 우리는 두려움에 발설을 멈추는 게 바로 그 댓글을 달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히려 그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매매 경험을 알리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 우리는 멈추지 않고 성매매가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누구도 경험하지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경험한 성매매 현장을 전했을 때 진심어린 변화를 보여주고 답한다.


나와 많은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은 성매매 업소에 있을 때 “성매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것은 일상이고, 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업주와 구매자의 폭력, 매일매일 일은 하는데 쌓여만 가는 빚에 허덕이면서 언젠가는 평범하게 살게 될 것이라는 뜬구름 같은 희망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성매매 현장을 벗어난 직후에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시 잡혀갈까 두렵거나 어떻게 먹고 사는 가에 대한 걱정만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욕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그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일주일을 지내고, 몸을 팔지 않아도 밥을 먹고 살게 되는 1년을 보내고, 내 탓만 하던 시간을 넘어서야 내가 경험한 성매매 현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내가 경험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성매매는 단순히 “몸을 팔았다”로만 설명할 수 없다. 그곳에서 나는 성적 대상인 ‘몸’으로 등급이 정해졌고 등급이 낮을수록 업주의 욕도 거세졌고, 손님의 질은 더 나빠졌다. 그때 난 왜 그 모든 게 당연하다고 믿고 살았을까 자책하기도 했고, 가끔은 나의 경험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다. 성매매경험당사자 모임인 ‘뭉치’와 만나며 나는 나처럼 생각했던 뭉치 회원들과 우리의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알리고 싶었다. 나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이들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뭉치에겐 심판자들이 참 많다. 대개 그들은 마치 성매매 현장에는 성매매 여성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탈성매매한 우리의 몸까지 관리하려 한다, 마치 업주처럼. 몸을 함부로 굴렸으니 다시 성매매를 하라고, 절대 일반인인척 남성들과 연애를 해서는 안 되는 몸이라고 구분지어준다. 가끔 ‘착한’ 심판자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건 처절한 인생에 대한 구구절절한 스토리 확인이다.


예컨대 폭력의 심각성 정도와 횟수 등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들의 심판을 기다릴 자격이 된다. 그런데 ‘명품백’ 같은 게 있으면 탈락이다. 처절해야 하는데 개인 욕구로 보이는 어떤 것이라도 포착되면 혐오에서 극혐이 되면서 모든 책임과 공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심판한다. 우여곡절 끝에 업소에서 나오니 일반인을 자처하는 심판자들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려고 한다.


성매매 경험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수만번 나의 성매매경험을 떠올리고 수만번 속으로 되뇌고 연습한다. 처음에는 당사자들끼리 모여 이야기했고, 그 뒤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해왔던 일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나, 불쌍한 사람이에요”가 아니다. 뭉치가 지나온 10여 년 동안 나눈 이야기는 아무도 우리와 같은 성매매 경험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그것을 선택했으니 책임지라며 인생을 담보 잡혀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매매경험당사자들이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어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말하고 또 말한다.


뭉치는 안다. 성매매 업소를 나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겁나는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성매매경험여성들이 그 현장이 어떤 곳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을 멈춰야 한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한다는 것은 성매매 현장의 잔혹성을 덮는 것이며, 성매매 여성의 입을 막는 것이고, 이익을 얻는 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이다.


성매매 현장을 알아야만 한다. 조금만 더 안다면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를 처벌할 것인지 전혀 고민할 이유조차 없을 것이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는 앞으로도 말하고 소통하며 행동할 것이다.


지음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
1446호 [사회] (2017-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