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나대지 말라고”

나왔으면 숨어 살지, 왜 떠드냐고?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누구도 쉽게 팔릴 수 없도록

탈성매매 여성들이 나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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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성매매 집결지를 남성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나왔으면 숨어 살지, 왜 떠들고 다니냐고 한다. “이제 안 팔리고 받아주는 데 없어서 나온 거잖아”라고 한다. 나는 20대 초반에 성매매 업소를 나왔다. 안 팔려서 나왔냐고? 나이가 많아도 얼굴이 못생겨도, 뚱뚱하든 말랐든 상관없다. 어떻게든 팔리는 몸으로 업주가 만들어준다. 나이가 많으면 싸게 팔면 되고, 나이가 어리면 그에 맞는 알선 공간을 만들면 된다. 성매매 여성들이 나오게 되는 건 내가 하는 성매매의 끝이 보이는 절망의 어느 지점인 경우가 많다.


뭉치 회원들이 모여서 이야기했다, 왜 나오게 됐는가. 호주에서 성매매했던 회원은 업소에서 5명에게 구타를 당하고 있는 데도 업주는 모르쇠로 구경만 하고 있을 때 결심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성매매했던 회원은 가라오케에서 일하고 있을 때 손님들끼리 싸움이 나서 말리는 과정에서 ‘몸 파는 년’이 끼어든다고 집단 폭행을 당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말리는 사람도 없이 죽을 것 같았던 순간이었다. 말이 통하고 안전할 것 같은 국내 업소에서는 다를까. 어느 지역에 업소를 돌면서 성매매 여성들을 폭행하고 다니는 스님이 있었다. 그 스님에게 두들겨 맞고 도망 나오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던 회원은 업주가 병실에 와서 “너 출근 안하냐?, 출근 안하면 결근비 올린다”는 말을 듣고 업소를 나왔다. 정말 이곳에 있다가는 이렇게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업소를 나온 것이다.


“업소를 나온다”는 결심은 결코 쉽지 않다. 빚과 생존 문제 등 온갖 업주들의 위협을 무릅쓴다는 의미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고, 이제껏 맺어온 관계도 끊기고, 지금까지의 시간과 세월도 억울하고, 주변에 엮여 있던 빚에 얽힌 보증인들도 생각나고,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나오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끊어내고 나와야 한다. 안 팔려서 나오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팔리고 싶지 않아서 죽을힘을 다해 나오는 것이다.


‘쌍팔년도 소리라고, 요즘은 안 그렇잖아, 다른 직장은 더 힘들다고’ 한다. 뭉치 회원은 10대부터 50대까지 있다. 나이가 많다고 성매매 업소를 나온 지 오래일 거라 여기는데 아니다. 10대부터 나처럼 20대 초반까지 있다 나와서 탈성매매 기간이 10년이 된 회원도 있고 40∼50대까지 20년 넘게 성매매를 하다 최근에 나온 회원도 있다. 시대와 나이와 상관없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소 형태에 따라 다를 뿐 성매매 현장은 1988년이나 2017년이나 팔려야 하는 사람도, 업주도, 구매자들도 본질상 변한 것은 없다. 지금은 자유롭게 일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선불금과 그 안의 관계들이 감금 상태를 만든다. 여성들끼리 맞보증을 세워서 한명이 없어지면 그 빚까지 갚아내라고 하고 동료, 친구, 애인, 가족까지 다 동원해서 협박하고, 달래고 그러고도 업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차용증, 공증서류를 만들어서 10년이고 20년이고 법적 권리를 내세우며 ‘추노’처럼 쫒아 다닌다.

10대인 뭉치 회원은 보도방 사장이 매일 하교 후에 차로 태워서 보도 일을 시키고, 보도가 끝나면 아침에 집에 들려 옷을 갈아입히고, 다시 학교로 데려다주는 방식으로 통제했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학교에 소문을 낼 거라고 협박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일했던 회원도 유사한 협박에 시달렸다.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세상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참 가혹하게도 성매매 현장에 남아있으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업소에 와서도 기사 댓글로도, 눈빛으로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섹스도 즐기고, 돈도 벌고, 사치도 하고 얼마나 좋은 직업이냐고 말한다. 겨우 나와서 입을 뗀 우리에겐 나왔으면 비밀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성구매를 하는 그들 사이에선 무용담이겠지만 우리에겐 폭력의 진실이다. 이제 밖으로 나와서 세상이 퍼부었던 말들을 되돌려 줄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성매매 여성을 대할 수 없도록, 누구도 쉽게 팔릴 수 없도록 ‘쫌 나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