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에 유통되는 약물…“약물범죄 클럽만의 문제 아냐”

[스토리세계] 성매매 여성 약물중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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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2-19 10:00:00      수정 : 2019-02-19 13:43:06
         

“재워줄까?”

성매매 여성 A씨가 약물중독에 빠져든 건 이 같은 한 마디가 계기가 됐다.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하는 유흥업소 특성상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했던 A씨는 한 피부관리 업체의 약물 제안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10분, 30분씩 자다 나중에는 몇 시간씩 잠이 들었는데 자고나면 개운한 기분이 들어 끊지 못했다. 업소는 10분 수면에 20만원, 1시간 수면에 50만~8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A씨는 결국 ‘빚’의 굴레에 빠졌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금단현상이 심해져 결국 한 성매매 여성 지원센터를 찾았다.

역시 지원센터를 찾은 B씨도 “업소에서 약이나 술을 먹지 않고는 일을 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체로 손님을 받아야 하고 각종 쇼를 하기 위해서는 술이나 약을 먹어야했는데 술을 먹으면 몸을 못가누고 다음 날 속도 좋지 않아 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약국에서 환각성분이 있는 약을 처방받거나 업주에게 비싸게 주고 사먹었다”고 했다.

◆ 약물중독 심각한 성매매 업소

18일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약물중독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과 밤이 바뀐 채 각종 폭력에 시달리거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성매매 여성이 적지 않고 은밀하게 운영되는 유흥업소 특성상 약물 등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부 업소 사장은 약물을 직접 여성들에게 권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이 약물에 손을 뻗기 시작하는 것은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 때문이다. 이들은 성매매로 인해 심리적, 사회적, 신체적 문제를 갖게 되고 점차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과정에서 약물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 10명을 심층 면담한 결과 대부분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들은 각종 주사약, 다이어트 약 등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11년 ‘성매매피해여성의 정신건강 실태 및 지원방안’에도 성매매피해여성 중 55%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여성도 65%에 달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단체인 ‘이룸’ 관계자는 통화에서 “약물에 관련한 (성매매 여성) 상담은 지금도 왕왕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유흥업소에서 은밀하게 유통되는 마약∙수면제

유흥업소 내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수면진정제 등이 쉽게 유통되는 것도 성매매 여성들이 약물에 노출되는 이유로 지적된다. 국립과학수사원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성범죄로 인해 ‘약물감정’이 의뢰된 건을 분석한 결과 약물범죄 중 57%는 술집, 노래방 등 ‘유흥업소’와 ‘숙박시설’에서 발생했다. 최근 논란이 된 ‘GHB'(물뽕) 등 마약류와 함께 수면유도제, 항우울제 등이 검출됐다. 특히 마약성이 강한 수면유도제 졸피뎀 등은 의사의 대면진료 없이 처방할 수 없지만 유흥업소 내에서 불법적으로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 피해를 호소하는 성매매 여성이 적지 않지만 좀처럼 수면으로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지원단체가 있어도 성매매 여성이 직접 용기를 내 찾는 경우가 드물다. 성매매 피해자 쉼터인 한국여성의집 이정미 원장은 통화에서 “(피해여성들이) 탈 성매매를 했을 때나 와서 약물치료를 호소하지 종사하면서는 상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 업소 일은 그 자체가 성폭력이고 제정신으로 살 수 없다”며 “업소가 (성매매 여성의 관리를 위해) 시키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피해를 받고 있는 여성이 있다면 여성가족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27개 ‘성매매 피해상담소’를 방문하거나 여성폭력 핫라인 ’1366‘번으로 전화하면 의료·법률적 지원 등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