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 아닌 '대상자'로 규정
이들을 피해자로 규정해 처벌이 아닌 보호·지원의 객체로

전문지원센터 설치하고 프로그램 운영해 악순환 고리 끊어야

 

평균 연령 16.5세, 재학생 비율 60.2%, 가출 경험 84.5%.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가 지난해 8~9월 성매매 아동·청소년 총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과 인권상황 실태' 면접 및 우편 조사 결과 내용이다. 이들은 '가정불화'(37.8%)와 '경제적 이유'(23.9%), '성인들의 유도'(18.7%) 등을 이유로 성매매를 했고, 주요 방식은 돈을 매개로 한 '조건만남'(80.9%)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화)자로 낸 보도자료에서 "성매매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을 '대상 아동·청소년'으로 명명한 현행 규정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개정해 이들이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임을 분명히 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처분 규정'을 삭제하는 등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가 대상으로 삼은 법안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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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한국YWCA연합회 회관에서 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유인하는 어플리케이션 운영자 고소·고발 기자회견에서 증거내용을 들어보이고 있다.

 

◆법안소위에서 반 년째 낮잠…인권위 개정 의견표명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돼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지난 2월 한 차례 소위원회에서 법안심사를 거친 뒤 반 년여간 회의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다. 5·9 조기대선과 새 정부의 국무위원 등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주요 현안에 밀린 탓이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고 처벌이 아닌 보호·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 제2조 6~7항을 보면 성매매 아동·청소년은 '피해아동·청소년'이 아닌 '대상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의 경우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대상아동·청소년은 수사기관(경찰·검찰 등)의 수사를 거쳐 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거나 교육과정이나 상담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성매매 대상아동·청소년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보호처분은 형벌은 아니지만 형사 제재 수단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보호처분을 받은 사실은 수사경력 자료로 남고 성매매의 상습성을 인정하는 증거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대상 아동·청소년 내용을 삭제하고 피해아동·청소년에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채팅이나 음란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성매매에 유입되는 아동·청소년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들을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나 성폭력 가해 청소년과 같은 유형의 보호처분을 하는 것은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은 ▲여성가족부 장관이나 시·도지사 등이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의 경비 일부를 보조할 것 ▲성매매 피해아동·청소년 지원센터의 운영을 여성가족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영리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을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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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015년 2월 '2015 서울시 인터넷 시민 감시단 발대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여성과 청소년이 불법 성산업과 성매매 알선 등으로부터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법무부 '사실상 반대'…여가부 "충분한 검토 필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용돈이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자발적·상습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청소년까지 일률적으로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재발 방지와 아동·청소년의 원활한 가정복귀라는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월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은 대상아동·청소년을 피해아동·청소년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자발적이냐 이런 개념으로 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관계부처들과 계속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았지만 아직까지 대상아동·청소년과 피해아동·청소년의 개념 구분에 대해서는 의견(일치)을 못봤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보호처분 규정을 삭제하는 것과 관련, 현행 제도가 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보호처분을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아동·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대응 방법이 제한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보호처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등의 경우 수사담당자들의 인식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송민경 국회 여가위원회 입법조사관은 개정안과 관련해 "아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성숙되지 못한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의 관점에서 성인과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자발성이나 동의 여부 등에 상관없이 성매매 아동·청소년을 피해자로 보호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볼 때 개정안은 타당해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