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성매매의 경계에 놓인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탁틴내일 등 시민단체들이 6월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성매매 사건 재발방지와 성착취 피해 청소년 보호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탁틴내일 등 시민단체들이 6월 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성매매 사건 재발방지와 성착취 피해 청소년 보호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희완 기자



7월 26일, 부산고법은 지적장애 여중생을 여관에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10대 남녀 청소년 2명을 법정구속했다. 법원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총 4명으로 지난 4월 1심 판결에서 전원 집행유예로 풀려난 적이 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들이 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가해자 4명 중 2명만이 2심에서 징역 장기 2년, 단기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이 “죽어야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고법 판결이 내려진 날 국회에서 열린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조 대표는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담당했던 한 피해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지난해 5월 세간에 알려진 일명 ‘하은이 사건’이었다. 

3년 전, 7세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는 ㄱ양(당시 13세)은 모친의 휴대폰을 갖고 놀다가 액정을 깨뜨렸다. 야단맞을 게 두려웠던 ㄱ양은 가출한 뒤 친구찾기 앱을 통해 ‘가출함, 재워줄 사람’이라는 제목의 방을 개설했다. 이를 보고 ㄱ양을 찾아온 성인 남성은 최소 6명이었다. 이들은 ㄱ양에게 모텔비와 음식 등을 제공한 뒤 성폭행했다. 하지만 ㄱ양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성매매 여성’으로 취급받았다. ㄱ양의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던 서울의 한 성폭력아동센터는 이런 이유로 도중에 ㄱ양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애초 ㄱ양의 사건을 맡은 국선변호사 역시 성매매 사건이라 변호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법률지원단이 나선 끝에 가해자들은 대부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형량은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죽어야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 

조 대표는 2015년 3월에 발생한 관악 여중생 모텔 살인사건을 언급했다. 피해자 ㄴ양은 14세의 가출 청소년이었다. 성구매자이자 살인범 김씨에 대해 법원은 징역 40년 형을, 알선자 3명에 대해서는 4~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가해자들이 ㄴ양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ㄴ양이 살해되지 않은 채 경찰에 체포됐다면 ㄴ양은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7월 26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한국의 성착취 피해 청소년은 범죄의 대상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 피해아동이 경찰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오히려 경찰을 만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제 기준에 맞게 당사자의 동의 유무와 무관하게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의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연구기관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에 따르면, 성매매 유입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공권력, 특히 경찰과의 접촉을 불쾌한 경험으로 여기고 있었다. 남자 경찰관들 앞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은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ㄷ양은 “계속 말하라고 하는 거, 똑같은 말을 반복시켰어요. 몸으로 표현하라는데 그 상황에서 똑같이 몸으로 재현해보라고. 그러니까 너무 싫었어요”라고 말했다. ㄹ양의 경우 진술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스러웠다며 “입으로 어떻게 했냐고 어떤 자세로 했냐고 이걸 다 물어 보잖아요. (진술하다가) 너무 내가 더럽게 느껴져서 그만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거 그만하면 더 힘들어질 거라고 그래서 억지로 울면서 일주일 동안 했어요”라고도 말했다.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을 옥죄는 것은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다. 아청법은 피해 아동·청소년과 (범죄의) 대상 아동·청소년을 구분하고 있다. 대상 아동·청소년은 피해 아동·청소년이 받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성범죄는 성매매와 성폭력의 경계에 존재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아동·청소년은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고, 성폭력 피해자의 지원을 위한 각종 지원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조사관은 “따라서 성매매에 유입된 아동·청소년은 위험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보호처분에 따른 사회적 낙인 등으로 신고를 꺼리게 되고, 이런 현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가 확대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피해자’로 명시하는 법안 국회 제출 

이번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의원들은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을 법적으로 ‘피해자’로 명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이미 지난 국회 때인 2015년 8월, 성매매에 유입되는 청소년들을 명확히 피해자로 규정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행 아청법 38조 1항에도 성매매 유입 청소년에 대해 보호와 재활을 위해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상 아동·청소년”이란 표현 때문에 법적인 처분은 물론이고 성폭력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도 받기가 어렵다는 게 아청법 개정 이유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는 성매매 유입 청소년을 비범죄화하는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용현 당시 여성가족부 차관은 “법무부, 경찰청과 깊이 논의를 했지만 관계기관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 입장이 신중 검토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개정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인 올해 2월에는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이 남 의원의 개정안과 비슷한 취지의 아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삼화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회기 때 남 의원의 개정안에 덧붙여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과 신상공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지난 박근혜 정부는 남 의원이 올린 개정안에 대해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성매매 피해여성 비범죄화를 대선 공약으로 한 만큼, 새로운 여가부와 법무부가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과정 자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인권위의 실태조사 자료와 올해 5월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가 정부 자료로는 드물게 청소년 성매매 실태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인권위 실태조사연구팀은 성매매에 유입된 경험이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57.3%는 중학생 때 처음 성매매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초등학생 때 경험했다는 응답도 8.7%(13명)였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의하면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의 대다수(84.5%)는 가출 경험이 있었다. 가출한 청소년들의 63.2%(복수응답 가능)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라는 답을 내놨다. 연구팀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대화를 했을 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표면적 답변 이면에는 가족 간의 불화, 경제적 빈곤 등 수많은 원인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응답자의 58.6%는 ‘가족 간 불화, 폭력, 폭언’도 가출 이유로 꼽았다. 

성매매 수단은 채팅 애플리케이션 

물론 모든 가출 청소년이 성매매에 유입된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가출 여성 청소년의 경우 성매매에 노출돼 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 응답한 청소년의 68.0%는 ‘가출 후에는 대부분 성매매를 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한 설문 대상 청소년의 55.5%는 가출 일주일 이내에 성매매에 유입됐다고 응답했다. 


실제 가출 청소년들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 역시 정확한 국가 통계는 없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10~12%가량의 청소년들이 가출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아동청소년 인권실태 보고서는 경찰 통계연보의 실종아동 숫자를 토대로 가출 청소년 숫자가 2만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유입된 원인은 다양했다. 인권위 실태조사 결과 ‘잘 곳이 없어서’, ‘돈을 준다는 유혹’, ‘막연히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유입하는 대상은 ‘아는 오빠’에서부터 전문적인 알선업자까지 다양했다. ㅁ양은 이화여대 연구팀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인데 그게 돈을 엄청 많이 준대요. 면접을 갔는데 무슨 커피숍에 남자가 앉아가지고 얘기하는데 그 조건 같은 거라고, 한 번 하면 15만원에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해서 처음에 되게 망설였어요”라고 말했다. 


일단 성매매에 발을 들인 청소년들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증언했다. ㅂ양은 “걔네들이 아가씨가 필요하다 보니까 저를 계속 돌렸어요. 진짜 하루에 6~7번은 나갔고, 그 돈은 다 오빠들이 가져갔으며, 어느 날은 제가 쓰러진 적도 있었어요. 그때 아침에 들어왔는데 (눈을 떠보니) 벌써 또 아침이에요. (…) 아무리 조건 만남을 하는 여자라고 해도 사람으로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ㅂ양은 “제 옛날 과거를 생각하면 진짜 내가 인간처럼 살지 못했구나, 짐승 취급에다 자기들이 돈 필요하면 은행에서 뽑는 ATM, 그런 수준이었구나”라고 말했다.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이 성매매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인권위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이화여대 연구팀은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이 가출 일주일 이내로 성매매로 유입된 것과 스마트폰 앱의 영향이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태조사 응답 청소년의 59.2%도 채팅 앱으로 처음 성매매에 발을 들여놨다고 대답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이 채팅 앱을 사용했다고 ‘자발적 성매매’로 보는 것은 사태를 정확히 본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을 ‘성착취 피해자’로 봐야 한다며 “채팅 앱 안에서 청소년과 성구매자가 1대 1로 만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채팅 앱을 분석해보면 그 뒤에 알선업자들이 있고, 앱 개발자와 운영자가 있다”며 “채팅 앱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성매매의 알선창구가 된 지 오래 됐다. 성매매를 통해 사실상 돈을 벌고 있는 채팅 앱 개발자와 운영자들에 대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