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서성동 성매매집결지 여전히 성업
몇 년째 폐업 업소 없어…성매수자 그대로
  • 이혜영 기자 (lhy@idomin.com)
  • 2019년 07월 18일 목요일


    28곳 여인숙업 등록 25곳 영업
    성노동 종사 여성은 91∼95명
    인근 공동주택·교육기관 밀집
    최근 대구 업소 이전해오기도

    지난달 대구 성매매 집결지였던 '자갈마당'에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위한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부산 성매매 집결지 중 한 곳인 '해운대 609'도 재개발 계획과 함께 완전히 문을 닫았고, 최근 부산의 마지막 홍등가 '완월동'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성매매 집결지가 속속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가운데 경남에서 유일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밤마다 붉은 등이 켜진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일명 신포동)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밤 12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를 들어서니 컴컴한 주변과 달리 골목 전체가 붉은빛을 내고 있었다. '여인숙' 팻말을 단 가게 유리창 안에는 짧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거나, 밖을 살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업주로 보이는 여성은 가게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남성 팔을 잡아끌며 호객행위를 했다. 차들은 탐색하는 듯 천천히 지나치고, 몇몇 가게 입구 앞은 시끌벅적했다.

    골목 끝에 '성매매는 불법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있었지만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16일 낮 12시에 다시 찾은 서성동 골목은 밤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몇 명이 골목을 지나고, 여인숙 몇 곳에서 비질을 할 뿐 고요했다. 낮에서야 여인숙 입구마다 붙은 '한터전국연합 마산지부'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한터전국연합은 성노동 종사여성들 단체다.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28곳이 여인숙업으로 등록돼 있고, 이중 25곳이 운영하고 있다. 성노동 종사여성은 91~95명이다.

    114년째 이어온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인근에는 유독 주택과 교육기관이 많다. 성매매 집결지는 공동주택 인근 골목에 줄지어 형성돼 있다. 100m 반경에 766가구·346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크고 작은 빌라들이 있다.

    ▲ 공동주택·학교 인근에 형성돼 있는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전경.  /박일호 기자 iris15@
    ▲ 공동주택·학교 인근에 형성돼 있는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전경. /박일호 기자 iris15@

    반경 200m에는 창원시립 어린이집 2곳과 무학초등학교가 있다. 학생들은 성매매 집결지를 가로질러 통학하고, 어린이집 차량도 골목을 다닌다. 또 완월초교, 마산중·고교, 성지여자중·고교, 마산여자고교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가와 성매매 집결지는 200m가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저녁 시간에 인근을 지나는 청소년이 많다. 16일 낮 성매매 집결지 바로 앞 건널목을 건너던 남학생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들 모두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성매매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고, 집결지를 폐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몇 년째 문을 닫은 업소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남성 유입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구 자갈마당 업소 3곳이 들어왔다. 또 뒷골목에 10여 명의 고령 성매매 여성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번 집결지를 찾아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고자 정보를 주려고 하지만, 업주들 경계로 접근이 쉽지 않다. 업주는 생계유지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고, 일하는 여성들 역시 밤낮이 바뀌어 쉽게 다른 직업을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성매매는 불법임에도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경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는 "성매매특별법 이전에는 감금, 강제 성매매를 단속했지만 이후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 돼 집결지가 많이 줄었다. 성노동 종사자들이 오랜 시간 생계수단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대안 마련에 경찰도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신고가 있을 때만 단속을 나가고 있다. 올해 1건 성매매 신고가 들어와 사건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재정비가 활발해지면서 서성동 재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선애(자유한국당) 창원시의원은 지난달 시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창원시는 성매매가 엄연히 불법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보상문제, 왜곡된 경제 논리, 긴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다"며 "집결지를 폐쇄하고 이곳에 3·15 민주화 공원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경찰은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2002년 전국 69개 집결지는 2013년 44개로 줄었다. 현재 전국에 성매매 집결지는 '해운대 609'와 '자갈마당'이 최종 폐쇄돼 창원 서성동을 비롯해 19곳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