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똑똑.’ “경비실에서 왔습니다. 화재경보기가 울려서요.”
2일 전북 군산시의 한 주택가 가정집. 경비원으로 가장한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40대 남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김○○ 씨죠?” 김모 씨(45)는 직전까지 노트북 2대로 서버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김 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아찔한 달리기’와 ‘밤의 전쟁’ 개설 멤버이기도 한 김 씨는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다. 김 씨가 체포된 이틀 뒤인 4일 두 사이트는 모두 폐쇄됐다. ‘아찔한 달리기’가 30만∼40만 명, ‘밤의 전쟁’은 7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사이트였다. 두 사이트에 업소 홍보 광고를 실어온 성매매업소만 5000곳 가까이 된다.
대전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광고) 혐의로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10월 간모 씨(40·구속), 박모 씨(45)와 함께 국내 최초의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인 ‘아찔한 밤’을 개설했다. 간 씨와 박 씨는 ‘아찔한 밤’ 사이트의 실소유주다. 이들은 1년 뒤인 2014년 10월엔 ‘밤의 전쟁’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다. ‘아찔한 밤’과 ‘밤의 전쟁’ 등 두 사이트는 전국의 성매매업소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이 업소들을 홍보했다.
두 사이트의 서버 관리자인 김 씨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단속을 피해 가며 사이트 운영을 계속했다. 경찰이 두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하면 주소를 바꿔 새로운 사이트를 만들었다. 바뀐 주소는 트위터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렸다. 많게는 32차례나 사이트 주소를 바꿨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이트 운영자들은 경찰의 성매매 특별단속 기간이나 단속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를 업소 관계자들에게 알려 단속을 피하게 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이트 운영진의 일부를 붙잡아도 사이트는 곧 되살아났다. 2017년 1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아찔한 밤’ 개설자 간 씨를 붙잡았지만 박 씨는 필리핀으로 달아났다. 이후 ‘아찔한 밤’은 ‘아찔한 달리기’로 이름을 바꿔 다시 운영됐다.
경찰은 김 씨 검거를 통해 확보한 서버를 바탕으로 성매매업소와 성매수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사이트에 성매매 후기를 올린 아이디 명의자도 추적해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