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 퇴소 6개월 돌아간 곳은 ‘보도방’
소년원 출신 ‘꼬리표’에 미용 자격증도 무용지물
‘남들처럼 살고 싶은데 마음잡기가 쉽지 않아’
한겨레 박수진 기자
지난 7일 오후 6시. 화장에 짧은 원피스 차림을 한 김송이(20·가명)씨는 경기도에서 서울 종로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보도방’에 나가는 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나간다. 기다리다 노래방에서 찾으면 ‘도우미 일’을 한다. 한 번에 20여만원을 받는다.

김씨에게도 꿈이 있었다. 집단폭행에 가담해 ‘보호처분 7호’(최고 단계 처분)를 받고 소년원에서 1년6개월 동안 살면서 다짐했다. 남들처럼 살고 싶다고.

그래서 네일아트 2급 자격증과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땄을 때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이 자격증으로 돈도 벌고 고졸 검정고시 공부도 하고 ….”

그러나 세상의 벽은 높았다. 지난해 10월 소년원을 나오자 갈 곳이 없던 김씨는 ‘옛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새엄마와의 갈등으로 3년 전 뛰쳐나온 집이다. “새엄마와 함께 온 오빠는 매일같이 때렸어요. 친엄마는 저를 돌봐줄 수 없다며 울먹였고요.” 그는 집으로 매일 전화가 오는 2개월의 집중보호관찰 기간을 버틴 뒤 다시 집을 나왔다.

네일아트숍에서 받는 월급 60만원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보도방을 택했다. 김씨는 지금도 매달 한 번씩 보호관찰소에 출석하지만, 보호관찰관들은 그의 보도방 생활을 알지 못한다.

소년원에서 나온 청소년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년원을 나온 뒤 보호관찰 기간에 ‘소년원생 재범률’은 2007년 9.1%에 이른다.(<2008 범죄백서>) 성인 재범률(4.6%)의 갑절에 가깝다. 부산에서 청소년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는 홍봉선 신라대 교수(교정복지)는 “소년원 퇴원 뒤 다시 성매매나 조직폭력의 세계로 돌아가거나, 일정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소년원 시절의 다짐과 자격증이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 주변만 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소년원을 다녀온 친구가 네 명인데, 아무도 취업을 하거나 학업을 잇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한 친구가 자격증을 따서 미장원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다시 술 먹고 논다”며 “부모님도 안 계셔서 다잡아줄 어른도 없고 어울리는 친구들도 모두 노는 애들이라 마음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6년 동안 소년원을 네 번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윤아무개(26·물류회사 운영)씨는 “대형병원 경호원으로 최종면접을 통과했다가 소년원 출신이라고 마지막에 잘려 크게 방황한 적이 있다”며 “같이 소년원에 있었던 친구들은 대부분 조폭 세계에 몸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소년원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소년원은 퇴원 직전 열흘 정도만 사회 복귀 관련 교육을 한다. 남미애 대전대 교수(교정복지)는 “소년원 아이들은 비록 범죄를 저질렀으나 교화 가능성도 높다”며 “미국의 ‘중간처우의 집’처럼 사회 복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지역복지관 등이 소년원과 연계해 퇴소 몇 달 전부터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생활 설계를 돕고, 퇴소 뒤에도 6개월 이상 지켜보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중간처우의 집’(Halfway house) 미국에서 소년원생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시설이다. 미국에서는 수용 기간이 2년일 경우, 나중의 1년을 사회 복귀를 돕는 중간처우의 집에서 지낸다. 완전 격리가 아니라 사회와 어느 정도 오고 가는 개방적 환경에서 아이들의 사회 적응을 지원하는 것이다. 홍봉선 신라대 교수는 “중간처우의 집에서 출소한 사람들의 재범률이 일반 가석방자의 재범률보다 절반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