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와이드- 학교장 협박 사건
뇌물·불륜 근거 없이 “돈 내라”

편지·전화로 “증거 있다” 불특정 다수 겨냥 범행



“당신이 뇌물·횡령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 돈 500만원을 보내라. 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

지난해 말에 이어 다시 지난 3월말에 도내 학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편지 및 협박전화 사례가 발생하면서 도내 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은 협박범을 잡기 위해 전면수사에 나섰다.

◆당신의 ○○을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김해의 모 초등학교 교장실로 황당한 내용의 괴편지가 배송됐다. 학교장에게 보낸 이 편지는 ‘경찰서 이형사’라고 자칭하면서 굵은 펜으로 ‘나는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형사로, 교장 선생님이 뇌물·횡령을 했다고 제보자가 증거자료를 보내왔다. 오만원짜리 200개를 10개씩 신문지로 포장해 편지봉투에 넣고 마산시 석전동 ○○-○○으로 보내라’고 자필로 쓴 복사본이었다. 편지를 받은 A교장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편지가 다수의 학교장에게 보내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경찰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이 괴편지 수신 현황을 파악한 결과, 당시 수집된 편지는 김해 지역이 41통으로 가장 많았고, 사천, 양산, 밀양 등 도내에 모두 83통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대부분 편지가 복사본인 점 등으로 보아 동일인 또는 동일집단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지문감식과 수신경로를 통해 범인 검거에 나섰다.

협박편지 소동이 잠잠해질 무렵인 지난 3월 말, 김해지역 학교 교장실로 괴전화가 걸려왔다.

괴전화는 “당신의 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으로 일부 전화는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해교육청은 현황 파악에 나서 현재까지 31개교에 수신된 것으로 파악했고, 일부 타지역에서도 수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협박전화를 받은 학교장의 진술을 개별적으로 받는 등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협박편지와 전화로 인한 피해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협박범을 전라도 말씨를 쓰는 40대 남자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협박편지를 보낸 사례의 연관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협박편지·전화, 누가 왜?= 협박편지와 협박전화는 학교장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협박범은 학교장들에게 ‘뇌물·횡령 증거가 있다’, ‘여자관계 폭로’ 등으로 혹시라도 지레짐작해 돈을 보냈을 경우 쉽게 신고하기 힘든 점을 노렸다.

경찰은 협박범이 지난해 10월 중순께 진주 지역의 일부 숙박업소에 성매매를 이유로 협박편지를 보낸 사례와도 연관성을 두고 있다.

숙박업소를 대상으로한 범행이 통하지 않자 학교장으로 대상을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협박범은 편지에 지문을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인 반면, 범행 내용이 어설프다는 것도 의문이다.

편지 내용에 돈을 받을 발신지로 적힌 ‘마산 석전동 ○○-○○’은 상가건물로 협박범과 관련이 없는 데다, 내부에 설치된 우체통이 없어 사실상 협박범이 돈을 수취할 경로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협박범이 금전적 이득을 노렸다기보다 불만을 품거나 장난성으로 보냈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협박전화 또한 협박범이 여자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전화를 받은 학교장이 화를 내거나 녹취하겠다는 등으로 응대하면 겁을 먹고 바로 끊어버린 것으로 나타나 협박범의 범행이 어설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협박전화와 지난해 말 협박편지를 보낸 사례의 연관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 협박편지와 최근 협박전화를 연이어 받은 학교장들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동일범이 아닌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두고 있다”며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피해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협박범은 사기미수 등 협박 혐의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모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교육계 비리 척결 분위기를 이용해 누군가가 단순협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협박 및 괴전화를 받을 시 교육청이나 수사기관에 반드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용훈기자 yhkim@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력 : 2010년 4월 7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