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회원들 강력처벌 목소리 높지만…현실은 벌금형

등록 2020-03-23 13:28:20
미성년저 성착취물 제작·유포…사회적 공분  
제작은 실형 가능성 높아…소지는 '솜방망이' 
법조계, 엄벌 기준·인식 전환 필요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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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캡처. 2020.03.23
  
[서울=뉴시스] 나운채 김가윤 기자 = 이른바 'n번방'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행위자뿐만 아니라 수요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n번방, '박사방' 등 성착취물 제작·유포·소지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124명을 구속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

n번방 사건이란 텔레그램의 단체채팅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의 여성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영상물이 유포된 사건을 말한다. 해당 방에 들어가려면 수십만원대부터 수백만원대까지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에 대해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고, 각계 인사들 또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n번방 용의자 및 가입자에 대한 신상공개 등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고, 전날 오후 200만명이 이에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이래 청원 동의자 수가 200만명이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해당 범죄가 미성년자를 상대로 벌어졌기 때문에 n번방 용의자 및 가입자 등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행위에 대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리 목적의 판매·배포·소지 등에 대해서도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더군다나 대법원은 미성년자를 협박해 스스로 음란 영상물을 찍게 하거나 타인을 통해 촬영하도록 했더라도 이를 기획하는 등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같은 판단 아래 지난 2018년 9월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단순 시청의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 해당되지 않지만, 텔레그램은 시스템상 사진과 영상을 확인할 시 파일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음란물 소지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벌금 및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되는 경우가 있어 책임에 상응하는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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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사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2020.03.19. yoona@newsis.com
법조계에서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에 대한 엄벌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제작·유포뿐만 아니라 소지 등에 대해서도 엄격한 양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그간 판례에 비춰봤을 때 벌금이나 집행유예 등 선처에 처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n번방의 같은 경우에는 대규모 범위에서 음란물이 공유된 만큼 죄질이 나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란물 소지죄에 대해서도 엄벌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아온 한 변호사는 "n번방 사건에 비춰 제작·유포뿐만 아니라 소위 '관전'이라 불리는 등의 시청, 소지에 대해서도 엄벌 처분 기준이 입법 등을 통해 확실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방에 들어가 특정 촬영물을 요구했을 경우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등 행위자뿐만 아니라 수요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사를 거쳐 엄벌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음란물 촬영 행위 등이 강요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거나 이를 요구했다면 방조·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지금껏 행위자 위주의 처벌이 이뤄졌다면 수요자에 대한 엄벌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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