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미성년 채용, 무조건 업주 책임"

 

ㆍ대법, 1·2심 뒤집고 첫 유죄 판결… “나이 확인 의무”

ㆍ부하직원이 뽑는 ‘청소년보호법 악용’ 관행에 제동

미성년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면 채용이 이뤄진 방식과 상관없이 업주가 처벌받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특히 청소년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지 않고 나이를 속였다 해도 업주가 적극 확인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그동안 유흥주점 업주들은 부하 직원을 시켜 미성년자들을 면접하고 나이 확인도 형식적으로 하면서 이들을 고용해왔고, 하급심 법원은 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 같은 관행에 제동을 걸면서 유흥업소 업주들의 미성년자 고용에 대한 책임 범위를 넓힌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17세 청소년을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고모씨는 지난해 2월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유는 이 청소년을 고용한 사람이 업주 고씨가 아니라 지배인 강모씨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 유해업소의 업주는 청소년을 고용해서는 안된다’고 정했다. 고용에 따른 책임을 업주에게만 묻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항소했다. 의정부지검은 “매니저가 업주에게 채용 사실을 보고해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이며,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업주가 이 청소년이 일하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는 (업주가)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주가 청소년을 보았다거나 밥을 사줬다는 것만으로는, 노동자의 노무 제공과 사용자의 보수 지급 약속이라는 (법률적 의미의) 채용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업주 고씨에 대해 유죄라며 사건을 2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 청소년을 면접하고 보수를 알려준 것이 지배인이라 해도, 최종적인 고용 결정은 업주만이 할 수 있으므로 고용 계약의 당사자는 업주인 고씨가 맞다”고 밝혔다. 또 “업주 고씨가 이 청소년에게 저녁밥을 사주며 업무 독려까지 한 점을 보면 직접 고용한 게 맞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청소년이 주민등록증을 보여달라는 지배인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심지어 나이를 속여 말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채용을 거부하지 않았고 이후로도 나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업주의) 미필적 고의”라고 판단했다. 청소년유해업소 업주가 미성년자를 고용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향신문 이범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