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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왔던 길을 걸어오고 있는 친구들에게’라는 동영상 편지가 흘러나왔다. 과거 성매매라는 굴레에 갇혔다가 이제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이 건넨 편지였다. 편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혹시 지금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해도 포기하지 마세요. 그 길을 나와 다른 길로 가게 되더라도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게 있답니다...” 성매매의 족쇄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걷는 결단 혹은 결심. 그것을 누군가는 ‘내가 제일 잘한 일’이라고 표현한다.

지난 10월 28일 가을밤, 서울 홍대앞 레드빅스페이스에서 열린 『내가 제일 잘한 일』 출간기념 북콘서트는 한때 잘못 들어선 길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훈훈한 기운을 뽐냈다. 그래서 북콘서트 타이들도 ‘참 잘한, Day’.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샨티출판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행사는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적?산업적 구조, 사회적 인식과 편견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강월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이 인사말을 건네면서 행사가 시작됐다.

“내가 잘한 일이 뭔지 생각해봤다. 딸 두 명을 낳은 일이 제일 잘한 일 같더라. 『내가 제일 잘한 일』을 보면 누군가에겐 평범한, 즉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무척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짠했다. 무엇보다 성매매 쪽에서 일한 사람의 아픔에 공감했다. 이제는 성매매 피해 여성은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 폭력의 방법이 더 지능적으로 진화했을 뿐 피해 여성이 없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신적인 폭력이 가장 힘들다. 여러 유형의 폭력이나 그런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있다. 성매매가 사회적 범죄이며 다른 사람의 인권이 유린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다. 사회에는 성매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음을 알아주면 좋겠다.”

이어 성매매에서 벗어나 각자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내가 제일 잘한 일』로 엮어낸 박금선 작가가 등장해 이야기를 나눴다. 라디오 <여성시대> 방송작가로서 이 책에 앞서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축하해』를 펴낸 바 있다.

『내가 제일 잘한 일』에 대해 소개한다면?

저마다 인생 목표가 있는데, 사람들이 되고 싶거나 이루고자 하는 것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요약해봤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좋은 습관을 가지면 좋은 사람이 된다고 표현한다. 좋은 습관이나 좋은 일을 할 때마다 사람은 뿌듯해하는데, 누군가는 처음에는 몰랐다가 십 수 년 지나서 좋은 결정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내가 제일 잘한 일』은 내가 잘했네, 잘한 것 같아, 라고 생각한 것을 모았다. 주인공들의 얘기를 보면 잘했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서문에 구슬 이야기를 했는데, 무척 신선하게 와 닿았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기 전에 하늘의 천사였는데 지상으로 출장을 가야 했고 부모를 선택해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한다. 지어낸 말이 아니라 인도의 가르침 중 하나다. 우리는 그렇게 천사였다가 지상에 오면서 날개를 접고 온 것이다. 그냥 온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투명 가방을 들고 온다고 나는 상상해 보았다. 그 안에는 무한한 구슬이 있다. 필요할 때마다 기쁨, 인내, 눈물 등의 구슬을 계속 꺼내 쓸 수 있다.

“오늘 당신은 가방에서 어떤어떤 구슬을 꺼내셨나요? 용기, 성장, 자립, 희망, 성실, 웃음, 당당함… 당신이 꺼낸 구슬과 이 책의 주인공들이 꺼낸 구슬은 색깔이 많이 겹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소망은 우리 대부분이 소망하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8쪽)

『내가 제일 잘한 일』의 주인공들은 어떤 구슬을 많이 꺼내든가?

소소한 기쁨도 많았는데, ‘결단’이라는 구슬을 가장 많이 꺼낸 것 같다. 검정고시, 혼자 살기, 업소 나오기, 사람을 만나기로 하는 결단 등이다. 여러분이 조그만 방을 갖고 있다고 하자. 여행을 가려고 돈이 필요해서 방을 세놓기로 했는데 성매매노동자나 이주노동자, 장애인이 방을 얻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남의 이야기로 말할 때와 내 일로 직접 닥칠 때, 나는 얼마나 그 사람들과 가슴을 맞대고 안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업소 일을 그만두는 선택을 했잖아요? 그것도 10년씩이나 하던 일을 그만두는 선택! 듣고 보니, 그건 엄청난 선택인 걸요? 아무나 못하는 선택이잖아요.…”(32쪽)

막상 맞닥뜨렸을 때 편견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이 그런 편견을 깨주기도 한다. 박 작가가 이전에 낸 책 가운데 『축하해』라는 책이 있는데 어떤 책인가?

『축하해』는 2008년에 나왔다.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게 된 배경에서부터 그곳을 벗어나게 된 과정을 담았다. 『축하해』가 탈성매매의 과정을 담았다면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업소를 벗어나 자기 삶을 일궈나가는, 즉 자활의 과정을 담았다. 두 책 모두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준 주인공들에게 가장 감사한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겠나. 책 주인공들에게 가장 고맙고, 그림을 그려준 홍시야 작가도 무척 고맙다.

“그래서 종이를 꺼내서 적어봤어. ‘내가 잘한 일’ - 이렇게 제목을 붙여봤지. 숫자 1에다가 동그라미를 치고, 무얼 적었는지 아니? ‘우리 딸을 낳은 일’이라고 적었단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은 너와 만난 일이니까.”(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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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분도 무대로 모시고 싶다. (홍시야 작가가 무대로 오른 뒤) 오늘 나눠준 엽서를 잘 들여다보면 숨은 그림처럼 토끼가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홍시야 : 그림마다 캐릭터 같은 걸 하나씩 숨겨놓는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더라. 토끼는 어디선가 나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신, 가족, 친구일 수도 있는데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토끼다.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무대 위에 올라와 떨고 있는 내게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웃음).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그런 존재가 있고, 그들이 우릴 위해 응원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엽서에 보면 집도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홍시야 :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지구에 불시착한, 잘못 온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불안정했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지구에 존재할까 싶어서 외로웠다. 집으로 가는 길이 내겐 늘 화두였는데, 2년 전 겨울, 진짜 집으로 가고 싶다며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100일 동안 하루에 한 채씩 그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집으로 가는 길이 내 마음속에 있음을 알았다. 집이 곧 나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그때 나 자신을 관찰하면서 나를 사랑으로 보듬으니 내 가슴에 불이 켜지더라. 우리 모두가 제각각의 집이고 이렇게 모여 있을 때 마을을 이루는 것 같다. 혼자 외로운 줄 알았는데 소중한 집이 내 안에 있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그런 에너지를 품고 책 작업을 했다.

마지막으로 박금선 작가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주인공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됐다. 주인공들에게 건네는 인사를 써봤다. (낭독) 우리는 잡초다. 누가 우리더러 거기 있으라고 머물라고 했나. 그들이 정한 잡초라는 틀을 벗고 산으로 들로 바람 속에 뿌리 내리고 장대비와 햇살을 뚫고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중략) 그래서 우리는 들풀이 되었네. 들풀, 참 예쁘다.

이어서 감성밴드 메이팝의 공연이 뒤따랐다.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나비」, 산울림의 「너의 의미」, 「기분이 좋아」. 노래가 독자들의 마음에 나비가 되어 그 의미를 곱씹으며 기분을 좋게 만든 음악의 향연이었다. 2부 순서로 ‘활동가와 함께하는 성매매 바로보기 토크’가 이어졌다. 부산의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변정희 부소장, 가출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마포늘푸른자립학교의 이은정 교사가 초대 손님으로 함께 했다.

두 분, 책을 읽고 소감이 어떠했는지 듣고 싶다.

변정희 : 『축하해』가 현장의 이야기라면 『내가 제일 잘한 일』은 자활의 과정이 키워드인데, 새로운 종류의 힘이 느껴졌다.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달리 미래와 꿈을 이야기할 때 남다른 에너지를 느꼈다. 그런 느낌이 무척 좋았다.

이은정 :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특수하고 특이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깝고 짠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고, 몇몇 이야기는 알고 있던 이야기인데도 작가의 손길로 재탄생하면서 새롭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커피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이렇게까지 커피에 대한 전문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지 예상 못했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이해하는 폭이 깊어졌고, 대안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어딘지 알 것 같았다(웃음). 신나고 짠했고 (대안학교에 있는) 내가 잘하고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얘기해주면 좋겠다.

변정희 : 내가 농담처럼 현장에 청춘을 바쳤다고 말하는 사람인데, 근 10년 만에 깨닫게 된 사실은 내가 운이 좋아 성매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학교를 다녔고 무사히 졸업했고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았고, 부모가 돈을 벌고, 그런 하나하나가 모두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여성들이 왜 성산업에 유입되고 선택하는지를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사회의 성산업은 자발을 강요하는 구조다. 선택이 아닌 내몰리는 것이다. 주변에 자원이 없으면 성산업으로 내몰린다. 유입되는 경로는 제각각이나 겪게 되는 피해는 시대를 막론하고 똑같다. 성매매 피해는 보통 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돈 거래를 통해 내 몸의 통제권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요, 성매매 여성의 죽음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데 성산업 현장은 성매매 외에도 폭력, 갈취, 고리대금, 사채 등에 연루돼 있다. 수많은 착취자들이 있고 이런 것을 헤아려야 한다. 더구나 사회적인 낙인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한다. 성매매를 하면서 폭력이나 빚 독촉 등에 시달리거나 참을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삶을 향한 도움닫기를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문을 열어놓고 성매매 여성을 만나고 있다.

이은정 : 우리는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작업을 한다. 가출 상황에서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출 하는 이유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잘못했다기보다 가출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빈곤이나 집안의 이유가 있다. 성매매를 용인하는 사회구조도 문제다. 가출한 아이들에게 집과 길 중에 어느 곳이 더 좋은지 물으면 길을 택하는 답이 더 많다. 길이 더 좋다고 말하게끔 된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길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이 숙식을 제공하는데, 그 친구들이 시키는 일이 그 가출 아이의 삶이 된다. ‘가출팸(가출 패밀리)’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강요받는 피해 여성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정에 대한 애착이 큰데, 그것이 결핍돼서 길에서도 ‘팸’을 찾는 것 같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건강 문제는 어떤가?

이은정 : 그들을 지원하는 의료기관이 서울에 하나 생겼는데, 서울 한 곳 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일단 우리 학교에서는 검정고시 지원을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집중을 못한다. 몸과 마음이 아파서 그렇다. 너무 안타까운 것은 학습 잠재 능력이 분명 있는데, 개발되지 못하고 내가 살았던 과거가 현재를 사는데 방해요인이 되기도 한다. 과거를 충분히 살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래서 수업을 억지로 강요하진 않고 있다.

변정희 : 몸의 문제가 크다. 성매매 여성은 자기혐오가 심각하다. 성매매 순간뿐 아니라 수시로 몸에 대한 감시를 받는다. 다이어트 약을 달고 살지 않는 여성이 없을 정도며 정신과에도 수시로 드나든다. 다이어트 약과 수면제 약을 잘못 먹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일상적인 빚 독촉 등에 시달리면서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하지 않은 여성이 없다. 직업적으로 술과 담배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는 측면도 있다. 젊어서는 깡으로 버티지만 노화되면서 결국 문제가 드러난다.

들을수록 화가 난다. 성매매 방지법이 생겨난 것은 1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이런 현실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까?

변정희 : 성산업은 이윤이 발생하는 강력한 동기로 움직인다. 이걸 차단하려면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시작이다. 비판적인 인식이 없으면 호기심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남성들의 놀이문화에 휩쓸려서 성을 구매하는 일반 남성도 많다. 그래서 자각과 인식이 필요하다. 하루 매상이 1천만 원이 넘는데 단속에 걸려도 벌금이 무슨 대수이겠나. 바지 사장을 내세워서라도 간판을 바꿔 계속한다. 외국에서는 강력하게 재산을 몰수한다. 영업을 하기 위해 발생한 모든 것을 몰수한다. 우리도 최근 들어 업주나 건물주에 대한 재산 몰수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데, 성매매방지법을 제대로 작동시켜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이은정 : 청소녀들은 업소보다 인터넷이나 개별적으로 성구매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앱을 개발하는 사람이나 알선업자가 연결돼 있는데 10대에 맞게끔 변형되고 있다. 일반 남성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성매매를) 안 한다, 왜 자꾸 안 하는 남자들에게도 이야기를 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남성들 내부적으로 막아줘야 한다. 남성 내부에서 그런 말이나 생각을 퍼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보면 가족들에게 받아보지 못한 돌봄과 애정을 업주로부터 받아서 친밀함을 느끼게 됐고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지속하게 됐다는 말이 있다. 이런 관계성이 실제로 존재하나?

변정희 : 그만큼 우리에겐 친밀함이 필요하다. 업소를 보면 유사 가족 형태를 띠고 있다. 아빠, 엄마, 삼촌, 이모 등으로 부른다. 우리는 정말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의탁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업주가 조금만 잘해주면 그 여성은 무너진다. 또 ‘러버 보이’라는 기둥서방이 있는데 나를 사랑해주는 건지, 빨대 꽂고 사는 건지 구분이 안 간다. 인신매매 수법 상당수가 부드럽고 교묘하다. 업소를 나왔다가 돌아오게끔 만드는 친밀함의 수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처벌, 단속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마을을 이뤄서 살 수 있다면 안전하고 좋을 텐데. 성매매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

변정희 : 외로울 때 곁에 있어달라는 말을 하더라.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성매매 여성들이 업소를 탈출해서 자활까지 갈 수 있게 하려면 주변에 사람이 필요하다. 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피해자가 빨리 회복되는 건 주변에서 지지와 응원을 받을 때다. 이 여성들이 업소를 탈출해서 자활만 하면 끝인 줄 알았으나 세상에 나와 보니 세상이 포주 같다는 말을 하더라. 밖에 나가서도 저 사람이 내가 만났던 손님이 아닐까 싶어서 대인관계를 두려워한다. 민낯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어떤 선택이라도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것이 하나의 시작이다. 또 ‘성구매를 하지 않는 한줌의 남성들’이라는 모임도 있는데, 이런 것이 널리 퍼져야 한다(웃음). 성매매가 여성만의 문제인줄 아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기 문제로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이은정 :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활동가로서 내가 못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부산 완월동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서울로 왔다. 서울로 와서 완월동에서 성병으로 힘들어하다가 돌아가신 분이 있었는데 연락을 받았지만 가지 못했다. 그래서 참 안타깝고 미안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을 미연에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때는 못했지만 지금은 잘하고 있음을 느낀다. 세 번째 작품이 나온다면 활동가들의 울분과 안타까움 등을 담은 이야기도 담기면 좋겠다.

사회자는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잘한’ 결단을 한 여성이 이 자리에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말했다. 물론 ‘내가 제일 잘한 일’을 직접 들려줬다면 이날의 감동은 더욱 커졌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통해서, 그리고 작가와 활동가들을 통한 이야기도 충분히 좋고 감동적이었다. 누군가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신과 세계를 돌아볼 수 있어서 이 자리에 함께 한 것을 올해 ‘내가 제일 잘한 일’로 꼽을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은 교과서를 하나로 만들 것이 아니라 성매매로 피해 받는 사람과 구조를 없애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국가가 제일 잘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