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낙태 대상 아니라 도움 못받아
‘수술비 마련 위해 성매매’ 악순환
성매매 적발땐 보호보다 처벌 집중
인권단체 “합법낙태에 포함시켜야”
정부 “종교단체 반대” 법개정 난색
ㄱ(16)양은 지난해 7월 50만원을 들고 보육원을 뛰쳐 나왔다. 금세 돈이 떨어진 ㄱ양은‘조건 만남’을 하다 덜컥 임신을 했다. ㄱ양은 “도저히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으니 임신중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성매매 여성 지원 관련 단체에 읍소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는 합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이 불법적인 낙태수술 비용을 마련하려 또다시 성매매에 나서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임신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출산을 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임신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대표는 “(이런 법 때문에)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가 도와달라고 찾아와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를 설득해 출산하게 한 뒤 미혼모 시설에 연결해주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성매매나 성폭행이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청소년한테는 똑같은 ‘성 착취’”라며 “관련 법을 개정해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를 한 청소년을 성 구매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하면서도, 정작 성매매 사실이 적발되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피의자’로 조사·처벌하는 것도 문제다. 조주은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성매매 청소년 자체를 처벌하는 상황에서 성매매로 임신한 청소년들이 양지에 나오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에선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보호자의 동의 등을 요구하면서, 성매매에 관해선 유독 자기 주체적 행위로 보는 법의 모순된 시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활동가들은 임신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의 낙태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응해야 할 성매매 관련 이슈가 많은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선 여성도 낙태수술을 지원해야 하느냐’는 또다른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불법적으로 낙태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시 조건만남 등 성매매에 나서는 상황은 적어도 막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도 법 개정 가능성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성·청소년 인권단체 등에선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의 임신중절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종교·생명단체 쪽의 반대가 심해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