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가 드러나 지명수배된 임모(40)씨는 지난 1월 2일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입국을 시도했다. 필리핀은 도박 사업을 확장하기 좋은 환경인데다 숨어 지내기도 용이했기 때문이다.

필리핀 ‘한인 범죄’막으려면

임씨는 2013년 5월부터 약 1년간 중국에서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딜러비 명목으로 300억원대를 챙긴 터였다. 하지만 임씨는 필리핀에 입국하기도 전에 마닐라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필리핀 이민청이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져 있던 임씨의 입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뇌물을 써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려 시도했지만 필리핀 이민청은 임씨를 공항 내 대기실에 30시간 이상 붙잡아 두며 한국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마닐라 코리안데스크’로 근무하는 서승환(39) 경정은 “송환 직전까지 계속 도피를 시도했지만 이민청의 적극적인 공조 덕에 임씨를 이틀 뒤인 1월 4일 한국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범죄자가 필리핀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고 공항에서 곧장 송환한 건 임씨가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강신명 경찰청장과 필리핀 이민청장이 필리핀으로 도피하려는 한국인 중요 수배자가 발견되면 즉시 통보 및 인계하기로 합의한 덕분이었다.

 전문가들은 ‘크리미널 코리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지 경찰·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의 공조를 강화해 필리핀 입국 전에 검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필리핀 한인총연합회의 전일성(57) 부회장은 “한인 범죄자가 도피에 성공하더라도 끝까지 추적, 검거해 ‘필리핀으로 도망가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크리미널 코리안의 양산 창구인 성매매 관광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필리핀 성매매 관광은 주로 한국에서 3~8명이 팀을 이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예약하거나 호객 광고를 보고 신청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현지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교민 이모(41)씨는 “보통 3박5일 코스에 1인당 100만원 정도로 성매매 관광이 가능해 젊은 사람도 많이 온다”며 “성수기인 1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5000명 정도가 앙헬레스에 성매매 관광을 오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한국어 사이트를 적발 못하고, 한국 경찰은 현지 수사권이 없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용증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치안영사는 “한국 경찰이 성매매 중개업자나 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대사관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지 경찰에 제공하고 외교 경로를 통해서도 현지 단속을 꾸준히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제·윤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