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의 직접적 대가로 제공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성매매를 전제하고 지급했거나 성매매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은 모두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다.(2011다65174)

 

불법원인급여란 행위의 대가가 불법한 원인에 기한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불법한 원인으로 지급된 금전 등의 대가 지급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법률행위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된다.

이처럼 대가를 지급한 법률상의 원인이 무효가 되면, 그로 인해 지급된 이득은 민법 제741조에 따라 부당이득이 되므로, 이를 지급한 사람에게 다시 반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환 청구를 허용하게 되면, 불법적인 행위를 국가가 오히려 소송의 형태로 조력하는 것이 되어 법의 이념에 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법은 이러한 불법원인급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지급한 사람이 대가를 받은 사람에게 그것을 다시 돌려달라고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도박과 관련된 돈과 성매매에서의 대가 지급을 들 수 있다. 대법원은 포주가 윤락여성이 받은 화대를 대신 보관하다 이를 임의로 소비한 사안에서 "(포주와 윤락여성 모두 성매매라는 불법을 저지른 점은 마찬가지지만) 포주의 불법성이 윤락여성의 불법성보다 현저히 크다"며 수익자인 포주의 불법성이 현저히 크며 반환을 청구하는 윤락여성의 불법이 상대적으로 더 작은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라도 윤락여성이 포주를 상대로 반환 청구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즉 성매매와 관련해 포주와 윤락여성 간의 특수관계에 따른 인권문제도 엮여있기 때문에 법원은 기본적으로 포주의 불법성을 자신의 성을 판매한 윤락여성의 불법성보다 크다고 보아 윤락여성을 조금 더 보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반대로 성매매 관련 금전 관계에서 윤락여성이 수익을 받은 상태이고, 포주가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우리 대법원은 불법원인급여라는 이유로 포주의 반환 청구를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다른 다방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커피·차 등을 배달하는 업무에 주로 종사했던 여성 A씨는 배달을 나간 기회에 윤락행위도 해왔다. 그러던 중 2008년 12월 A씨는 B씨로부터 윤락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속칭 ‘티켓’영업을 하는 다방을 함께 영업해보자는 제의를 받아 B씨의 자금으로 함께 개업을 하게 됐다.

개업 당시 A씨와 B씨는 고용조건을 정하면서 B씨가 A씨에게 선불금(거래를 할 때 거래 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미리 치르는 금액)을 지급하되, 매월 30만원의 재료비, 결근할 경우 하루 25만원의 결근비, 지각할 경우 시간당 2만원을 A씨의 수입에서 빼거나 선불금에 가산시키고, A씨는 자신의 수입을 통해 B씨에게 미리 받은 선불금을 갚아 나가기로 했다.

 

차 한 잔당 가격이 2000원 정도에 불과하던 당시의 시세로 볼 때, A씨가 순수하게 차만 배달해 얻는 수입만으로는 B씨에게 미리 받은 선불금을 갚기 어려웠고, 실제 A씨가 B씨의 다방에서 일하는 동안 티켓배달을 나가 윤락행위까지 했었음에도 지각과 결근을 한 탓에 선불금은 거의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B씨는 A씨를 상대로 대여금인 선불금 채무를 갚으라는 청구를 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B씨가 승소 판결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자신에 대해 가지는 채권(선불금 반환청구권)은 B씨가 A씨로 하여금 윤락행위를 알선·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했고, 그러한 조건으로 대여했던 돈이므로 채무에 해당하는 선불금은 불법원인급여라고 주장했다. B씨는 승소한 판결을 근거로도 A씨의 재산에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윤락여성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즉, 포주인 B씨가 A씨에게 갚으라며 지급했던 선불금은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근비나 지각비와 같이 종업원인 A씨에게 매우 불리한 고용조건이 A씨로 하여금 윤락행위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며 "만약 A씨가 선불금 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불리한 고용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고 보아 선불금채무가 A씨를 윤락행위 하게 만든 원인이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다방에서 윤락행위 목적의 티켓영업이 이루어졌고, 그러한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판부는 A씨가 B씨에 대한 선불금 반환채무와 여러 명목의 경제적 부담이 더해지는 불리한 고용조건 탓에 윤락행위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고, B씨는 A씨가 그러한 이유로 윤락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 아니라 A씨를 영입해 윤락행위를 유인하고 조장한 위치에 있었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은 B씨가 A씨에게 청구한 채권은 불법원인급여로 B씨는 A씨에게 채권에 기한 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설령 법원에서 반환청구권이 있다고 인정됐더라도 그 판결문을 근거로 A씨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판결팁= 법원은 윤락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거나 그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을 포주가 윤락여성에게 빌려주는 행위는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 그 빌려주는 행위 자체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법원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B씨의 선불금 대여행위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잘못을 범했다. 때문에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강제집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A씨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집행의 근거가 되는 채권자의 권리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법원에 채권자의 그러한 권리에 기한 강제집행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판단을 구하는 소송인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했던 것이다.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원심에서 승소 확정된 판결에서 인정된 채권자 B씨의 채권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무효’인 것임을 밝힌 A씨는 결국 B씨로부터 차용하는 형식으로 받은 선불금을 갚지 않아도 되게 됐다. 이처럼 채무자가 판결로 확정된 채권자의 청구권에 관해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청구이의의 소’라는 방식을 통해 구제될 수 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관련 조항

-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 행위와 관련하여 성을 파는 행위를 하였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 그 채권을 양도하거나 그 채무를 인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1.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2.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ㆍ모집하거나 그 직업을 소개ㆍ알선한 사람

3.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한 사람

②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의 불법원인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채무의 불이행을 이유로 고소ㆍ고발된 사건을 수사할 때에는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제공이 성매매의 유인ㆍ강요 수단이나 성매매 업소로부터의 이탈방지 수단으로 이용되었는지를 확인하여 수사에 참작하여야 한다.

③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이나 성매매피해자를 조사할 때에는 제1항의 채권이 무효라는 사실과 지원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음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 등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제746조(불법원인급여)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민사집행법

제44조(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

① 채무자가 판결에 따라 확정된 청구에 관해 이의하려면 1심 판결법원에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이의는 그 이유가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

③ 이의이유가 여러 가지인 때에는 동시에 주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