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세 가출 소녀 한모양이 지난해 3월 스마트폰 채팅앱 ‘즐톡’을 통해 만난 김모씨와 함께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로 들어가고 있다. ©관악경찰서

“성매매가 일상화된 사회

열등감 심한 남성우월주의자

조건만남 성매매 통해

욕망과 분노 표출한 사건”

지난해 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봉천동 10대 가출 소녀 살해 사건이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최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38)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40년형과 위치추척 장치 20년 부착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작년 3월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스마트폰 채팅앱 ‘즐톡’을 통해 만난 한모(당시 14세)양의 입을 수면마취제를 묻힌 거즈로 막고 목졸라 숨지게 했다. 그런 뒤 조건만남 대가로 줬던 13만원을 들고 달아났다.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한양 살해 전에도 다른 조건만남 여성들의 목을 조르고 돈을 훔쳤다. 피해자 중 한 명은 김씨의 행각으로 심한 충격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1심은 강도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40년형을 내렸다. 대법원도 2심이 옳다고 판단했다.

한양에게 조건만남 성매매를 시킨 알선책 3명의 상고도 기각됐다. 주범에겐 1심과 2심 모두 징역 10년, 추징금 8000만원을 선고했고 다른 2명은 징역 6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한양 사건 이후 ‘관악구 성착취 십대여성 살해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만들어 재판에 대응해온 여성·청소년단체들은 대체적으로 “잘된 판결”로 평했다. 이영희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특히 성매매 알선책들이 돈을 벌 목적으로 14살 미성년자를 성매매시켰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해 강력히 처벌한 것”이라고 말했다. 알선책들은 한양이 미성년자인줄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양과 알선책들은 봉천동 모텔에서 장기 숙식을 했기 때문에 “미성년자인줄 몰랐다”는 주장은 애초 먹혀들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성매수자뿐 아니라 성매매 알선책, 채팅사이트 운영자, 모텔 업주 등이 연결된 복합적 문제로 가출 청소년들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전혀 없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선천성 혈관종으로 얼굴 절반에 벌건 점이 있던 살해범은 피해의식이 심했다”며 “성매매가 일상화된 남성중심사회에서 열등감이 심한 남성우월주의자가 성매매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분노를 표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 살던 중2 여학생 한양은 엄마와 언니 몰래 서울로 가출해 다섯 달 만에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이 사건은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허점을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아청법상 일대일 채팅은 자발적 성매매로 보고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한다.

이 대표는 “대상청소년이라 선도보호조치를 받다보니 피해자가 아니라 피고인처럼 취급당한다. 심지어 경찰은 여자아이들에게 ‘너도 처벌받는 범죄자’라는 식으로 말한다. 실질적으로 성폭력 신고를 안 하면 진술조력인의 도움도 못 받는다”며 “20대 국회에선 반드시 아청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