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여성 폭력사건에 경찰은 '부실 수사?', 법원은 '영장 기각'"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 "가해자 즉각 구속" 촉구 ... 경찰, 영장 재청구하기로

등록 2020.06.16 14:40수정 2020.06.17 09:31

                                    
 [기사보강 : 17일 오전 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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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새벽 거창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사건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6월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여성 대상 폭력 가해자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경찰, 검찰, 법원은 피해자의 생명권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 여성 대상 폭력 가해자 즉각 구속하라."

여성들이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외쳤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회,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진주여성민주회 등 단체들이 16일 오후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여성들이 창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는 여성폭력 가해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은 지난 5일 경찰‧검찰에 청구한 30대 남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남성은 5월 30일 새벽 1시경 거창군 한 도로에서 여성한테 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남성은 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내려 길 가던 여성을 뒤따라가서 넘어뜨리고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목격자가 나타난 뒤 가해자는 폭력을 멈추고 현장을 떠났다. 이 남성은 현장 근처에서 서성이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경찰에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신원을 확인한 뒤 이 남성을 체포하지 않았다. 이틀 뒤 경찰은 CC-TV를 확인한 뒤 가해자를 입건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검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법원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피해여성은 가해 남성과 일면식도 없다. 여성은 눈 망막이 손상되고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을 입어 여러 차례 수술을 앞두고 있으며,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 뒤 목격자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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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새벽 거창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사건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6월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여성 대상 폭력 가해자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이경옥 창원여성살림공동체 대표는 "여성혐오 범죄는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그야말로 사회의 불만, 경제적 문제, 구조적 문제, 개인적 문제가 혼합되어 반사회적 범죄로서 아무에게나 남녀노소를 묻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묻지마, 우발성은 항시 여성들만 겨냥하느냐. 굳이 여성들만 골라서 살해하고 폭행을 저지르는 그 폭력성이야말로 무의식에까지 뿌리 내린 성차별적 인식과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고 덧붙였다.

이경옥 대표는 "이번 거창 여성폭행 사건에도 초동수사 때 가해자의 말만 듣고 풀어줬다고 하는데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부실수사를 했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남성의 말을 대등하게 들으면서 피해자 여성의 말은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묻지마 폭행'이 아니라 '여성혐오 폭행'이라고 명명해야 된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면 범죄의 원인을 파악해서 제도와 정책을 통해 범죄를 줄여야 된다"며 "묻지마 폭행과 여성혐오 폭행은 엄연히 다른 원인이다. 먼저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서 여성혐오 범죄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경남에서 진주 여성혐오 방화 및 살인사건, 디지털 성착취 범죄 공모사건, 창원 식당 여주인 스토킹 살해하건 등 여성비하, 여성혐오 강력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거창 대로변 여성폭력사건에 대한 경찰의 허술한 초동대응과 법원의 가해자 구속영장 기각은 여성 피해자의 생명권을 무시한 처사에 여성들의 가슴은 또 다시 무너졌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은 "국민 안전을 담보하는 최일선의 경찰과 사법당국은 더 이상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망각하지 말라", "무책임하고 안일한 대응으로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여성들은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여성이 죽거나, 죽을 만큼 피해를 입는 상황을 묵과한 무능한 경찰과 사법당국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경찰, 피해 여성이 처음에 '남성이 범인인지 모르겠다'고 진술

경찰은 가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가해 남성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걸어가는 피해여성이 자신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오인해 여성을 넘어뜨린 후 얼굴을 폭행하여 6주 상해를 가한 것이다.

검거 경위에 대해, 경찰은 신고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던 중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남성은 길을 가던 중이라며 혐의를 부인했고 여성은 술에 취한 상태여서 누구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으며, 신고자는 폭행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남성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경찰은 지구대에 남성을 출석토록 했고, 재차 범행을 부인했으며, 여성은 남성이 범인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해 귀가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남성을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했다. 이 남성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범행 부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3차 조사 때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법원이 남성에 대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피의자가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해서 영장 기각한 것이라며 재청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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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새벽 거창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남성에 의한 여성 폭력사건에 대해,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단체들은 6월 16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여성 대상 폭력 가해자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