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개 여성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있다. 조해람 기자

“성매매 현장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블랙홀입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인 A씨는 성매매처벌법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성매매 여성을 ‘행위자’로 처벌하는 현행법 때문에 심각한 범죄 피해나 착취를 당해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블랙홀 속에서는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는 여성에 대해 어떤 비인간적 행위를 해도 된다는 권력이 생긴다. 성매매로 처벌받으면 여성이 더 큰 처벌의 대상이 되는 걸 알기 때문”이라며 “성매매가 성착취임을 분명히 해 누구도 성매매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을 없애고 성구매자·알선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시민단체들이 뭉쳤다. 228개 시민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성매매처벌법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막대한 불법 이득을 취하는 알선자와 구매자 등 성산업 카르텔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매매처벌법이 착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장미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활동가는 “성착취 공간에서 여성들은 범죄 피해를 겪어도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될 수 있어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피해를 호소하기 어렵다”며 “업주와 성산업 안 착취적 관계에서 의존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지혜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남성 중심의 착취 구조가 성매매 여성들의 피해를 더 키운다고 했다. 그는 “성인, 남성, 비장애인, 선주민 중심 사회에서 젠더 권력과 모든 것을 자원화하는 자본 중심의 논리는 거대 성산업을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레나(활동명) 한국여성노동자회 활동가도 “빈곤이 여성화된 한국사회는 여성을 빈곤하게 하고, 빈곤에 내몰린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성매매 현장에 내몰린다”며 “현행법은 여성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성매매 여성들을 낙인찍고 처벌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28개 여성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 활동가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피해자를 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이라 적힌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성매매 근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착취대응팀 원미경 변호사는 “누군가는 이제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성의 몸과 인격이 대상화되고 거래되는 사회에서 진정한 성평등은 유감스럽게도 아직”이라고 말했다.

 

신지영 반성매매액션 ‘크랙’ 활동가는 “성매매는 분명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모든 거리에 성매매업소가 있는 걸 보면 성매매가 정말 불법인지 의문이 든다”며 “밤이 돼도 지하철역에서 집에 가는 길이 무섭지 않았으면 좋겠다. 20대 여성으로서 국가의 책임있는 응답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되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합법화는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는 경찰이 가출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기도 한다. 신고조차 못하고 하루에도 몇 명의 남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어야 하는 여성들이 안전해졌다고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는 “성산업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합당한 처벌을 하길 강력히 요구한다”며 “처벌법이 아닌 보호법으로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성매매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향후 성매매여성 처벌사례·판례 연구, 간담회, 캠페인 등의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228개 여성단체가 모인 ‘성매매처벌법개정연대’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있다. 조해람 기자

 

경향신문 조해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