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영화인들의 방종한 성생활이 일반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에 경종을 울리고 피폐한 도덕감을 확립하기 위하여 고소하는 바이오니 일벌백계의 견지에서 엄중조치하여 주심을 앙망하나이다." 1962년 10월 22일 인기배우 최무룡(당시 34세)의 처 강효실(당시 31세)이 최 씨와 당대 최고 인기배우 김지미(당시 24세)를 간통혐의로 고소하면서 낸 고소장 중에서.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7시 창원시 상남상업지구 분수광장에 수백 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 같은 달 1일 성 구매자에 의해 피살된 노래방 도우미 여성을 추모하고, 성매매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날 추모제 제목은 '나는 환하게 웃고 싶다'였는데, 술에 취한 성 구매자에게 목이 졸려 숨진 고인이 일기장에 자주 남긴 글이랍니다.

 

창원시 상남동은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유흥과 성매매 산업으로 유명한 동네입니다. 오죽하면 '창원의 주력 산업은 기계산업이 아니라 상남동 성매매 사업이다'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올까요

'성매매'가 '산업'이 된 웃지 못할 현실입니다. 성을 매개로 사람을 사고파는 것이니 노예를 사고파는 것과 비교해도 결코 낫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성매매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명동산악회'란 조직을 만들어 일본인 관광객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명동산악회 회장 김모(58) 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회원 2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88 올림픽 이후 활개쳤던 '기생관광'이 여전하다는 방증입니다.

사실, 성매매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인터넷에 '성매매'로 검색하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 기사가 뜹니다. 더구나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이른바 '집창촌'이 아니라 주택가에서도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문화 시리즈'로 꾸준히 책을 내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에는 '매매춘'을 발가벗기고 나섰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매매춘의 뿌리를 살펴보고자 개화기 홍등가에서부터 여정을 시작합니다.

성매매, 매매춘에 대한 사회적 집단 오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동안 고의적 또는 정략적 의도에 따라 단절되고 잊힌 매매춘 기록들을 일별했습니다.

"매춘부들을 '절대적 희생자'로 보는 시각은 그들을 침묵하게 한다. 일반 여성의 단 한마디가 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 데 반해, 매춘부의 말은 한마디 가치도 없다. 매춘부의 말은 대번에 거짓이나 조작된 것으로 간주한다"(191쪽)는 현상은 국가가 포주가 돼 몸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로 경제를 일으키겠다며 매매춘을 장려해온 정부의 실상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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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구매자에게 피살 당한 여성을 추모하는 촛불문화제가 지난해 11월 29일 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강준만 교수의 이런 진단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도드라져 보이게 합니다.

"한국은 '양지에선 근엄, 음지에선 게걸'의 이중성이 도드라지는 나라다.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도덕적 분노로 밀어붙였으면 이를 관철하기 위한 충분한 뒷받침이 있어야 했는데, 달랑 분노뿐이었다. 게다가 정략까지 가세했다. 무언가 보여주기 위한 전시효과로서의 의욕이 앞섰다는 뜻이다. 덕분에 오늘날 성매매는 더욱 음지를 향해 갔고, 더욱 게걸스러워졌다."

매매춘 문제는 단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도덕적 분노'로 밀어붙일 만큼 간단한 문제 역시 아니라면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바로잡아 나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