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해보니 여성 성매매는 사회구조문제..자발·비자발적 나눌 수 없다"

최정훈 입력 2019.03.08. 08:51 수정 2019.03.08. 08:55       
성매매 여성 법률·의료 상담하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인터뷰
"수백명의 성매매 여성 상담하니 사회구조 문제라는 것 깨달아"
"홍준연 의원 말과 달리 자발적인 성매매 여성은 없다"
성매매 여성의 법률과 의료 지원 등을 돕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은 고령 성매매 여성의 자립을 돕는 이른바 ‘불량언니작업장’도 운영하고 있다.(사진=이룸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20대 여성 A씨는 대학교 학자금 대출과 휴대전화 연체비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유흥업소로 전화를 걸었다. 유흥업소 실장은 A씨에게 “2차(성매매)를 나가지 않아도 한 달에 50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고 성형수술을 하면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며 원룸과 생활비, 성형비용 대출을 받으라고 제안했다. A씨는 결국 유흥업소 관계자가 데려간 공증 사무실에서 1000만원을 사채로 1600만원을 캐피털 대출로 빌렸다. A씨는 성형수술을 받은 직후부터 일하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장의 말과 달리 실제 벌이도 크지 않은데다 법정이자율을 무시하고 일수는 하루에 10만원, 캐피털은 한 달에 200만원씩 이자를 요구했다. 그때부터 실장은 A씨에게 성매매를 해 돈을 더 벌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20대 여성 B씨는 성형수술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가족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B씨는 방법을 찾던 중 온라인으로 성형대부업자를 발견했다. 대부업자는 B씨에게 성형대출금액을 고액의 아르바이트로 2달 만에 갚을 수 있다며 성형외과와 일수업자를 소개했다. 성형외과에서는 B씨에게 2200만원 상당의 가슴, 광대, 턱, 눈, 코 수술을 제안했다. B씨는 대부업체에서 1200만원, 일수업자에게 1000만원을 빌렸다. 빚을 진 이후 대부업자가 B씨에게 술만 잘 따르면 된다고 소개했던 가게는 사실 성매매까지 하는 곳이었다. B씨는 수술비를 갚기 위해 성형수술의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했지만 빚은 늘어 7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성매매는 사회 구조적 문제…‘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앞선 사례들은 반성매매인권행동단체인 이룸과 상담했던 성매매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이룸은 지난 2005년부터 성매매 종사자들이 겪는 폭력 피해나 채무 문제를 전화와 온라인으로 상담하고 법률이나 의료 지원을 돕고 있다.

황유나 이룸 활동가는 “성매매에 종사하는 수많은 여성과 상담해보면 성매매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특히 ‘성산업-대부업-성형산업’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안에서 여성들은 폭행이나 성폭력도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구매자에 의한 불법촬영과 유포, 스토킹 상담 사례는 수없이 많다”며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 법과 여성을 향한 사회적 낙인 때문에 성구매자와 업주, 관리인에 의한 심리적 신체적 폭행과 성폭력에도 이들은 도움을 청할 곳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황 활동가는 여성들이 처음부터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대부업-성형외과로 이어지는 성산업 구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때문이라고강조명했다. 황 활동가의 설명에 따르면 성매매업소의 업주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들을 찾는 여성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며 성형을 강요하고 수술비를 위해 대부업자를 소개한다. 이들은 여성들을 일수나 사채 같은 제3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게 해 100%가 넘는 이자율을 감당하게 하고 여성이 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 성매매를 강요하기 시작한다.

황 활동가는 “성형외과와 대부업체를 연결시켜주는 성형 브로커의 경우 대가로 수술비의 약 30%를 받기도 하는데 수수료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밝히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구조에 속에서 성매매를 하게 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찍힌 낙인과 혐오, 차별로 인해 반인권적인 폭력에 매일 같이 노출돼 있어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발·비자발 구분은 우리 사회의 책임을 여성에게 떠넘기는 것”

황 활동가는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자발과 비자발적으로 나누는 것은 성산업 구조의 문제를 무시하고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황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들을 자발과 비자발적으로 나누고 자발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들에게 지원해주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말하는 것은 명백한 성매매 여성 혐오 발언”이라며 “성산업 구조라는 남성위주의 성구매 문화와 여성차별적인 노동시장, 성매매를 양성해왔던 과거 정부의 책임의 결과물을 단지 여성 혼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홍준연 대구 중구의원은 성매매 자활대상자 41명에게 생계와 주거 명목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세금낭비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홍 의원은 또 최근에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성매매로 피해를 본 여성을 위하는 정책이라면 100% 지지한다”며 “하지만 명품백을 메고 좋은 옷을 걸치고 다니는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황 활동가는 “결국 성매매는 여성 개인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구조 문제”라며 “성매매를 개인의 탓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또 성매매가 여성 개개인의 정조나 선택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는 것이 성산업의 축소와 유발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